[기자수첩]대형마트 가격전쟁, 이제는 품질로 싸워라

민동훈 기자
2015.04.07 06:01

대형마트 가격전쟁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조금씩 녹이는 듯하다. 아직까지 대형마트 매출이 확 늘어날 만큼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대적인 가격할인에 들어간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장기불황으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마저 줄였던 소비자들이 저렴한 신선식품 가격표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사실 대형마트들이 신선식품 할인에 나서는 게 새로울 것은 없다. 할인 품목이나 할인폭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마트마다 최저가를 주장하지만 그 차이는 겨우 10~20원에 불과하다. 또 마진을 포기한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홀리는 경우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대형마트로 달려가는 건 결국 '소비는 심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동일한 상품을 두고 서로 더 싸다고 경쟁하는 과정이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심리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샀다는 안도감은 지갑을 다시 여는 것도 주저하지 않게 만든다. 대형마트들이 노골적으로 "경쟁사보다 우리가 더 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일견 경쟁사를 겨냥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고도의 심리전인 셈이다.

대형마트들의 심리전술은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했다. 홈플러스가 500개 신선식품 가격을 인하한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2일까지 대형마트3사의 신선식품 매출은 10~30%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회복의 불씨를 유지할 동력이 있느냐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인하를 결정하면서 연간 수수료수익으로 1000억원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메우려면 최근의 신선식품 성장세가 전 상품군으로 확대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다.

불황 장기화로 꼭 필요한 소비만 해왔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가격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싼 제품은 대형마트가 아니더라도 재래시장이나 인터넷에도 널려있다. "싼 게 비지떡이더라"라는 소리가 나오면 소비심리 회복은 이번에도 도루묵이다. 대형마트 업의 본질은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렴함을 경쟁의 도구로 사용했다면 이제부터는 품질이 경쟁의 최전선에 서야한다. 대형마트의 절박한 품질전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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