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중국은 물론 러시아 등 유럽에서도 심각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유럽뿐 아니라 신동빈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해외사업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롯데 유럽사업 지난해만 2700억대 손실=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롯데쇼핑관계기업으로 분류된 롯데유럽홀딩스(Lotte Europe Holdings B.V.)는 지난해 2712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 662억원에 비해 손실 폭이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유럽지역에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이 회계상 지분법 평가손실로 사라졌다는 뜻이다.
2008년 설립한 롯데유럽홀딩스는 러시아에서 백화점과 호텔, 제과업 등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다. 신 회장이 전략국가로 선포한 브릭스(VRICs, 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 중 유럽지역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기위해 설립했다.
사업보고서상 본사는 네덜란드에 위치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근거지는 러시아다. 지분 31.0%를 갖고 있는롯데쇼핑을 필두로롯데제과(25.9%)와 호텔롯데(22.2%), 롯데칠성음료(6.8%), 롯데리아(3.1%) 등이 공동출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유럽홀딩스 실적 부진 원인을 루블화 폭락 탓으로 해석했다. 롯데유럽홀딩스 달러부채가 4억6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만큼 루블화 가치가 50% 이상 폭락한 것이 회계상 손실을 키웠다는 것이다.
루블화 폭락이라는 외부변수도 있지만 롯데그룹 유럽사업 자체가 순조롭지 못했다. 실제로 롯데유럽홀딩스 매출은 △2012년 1506억원 △2013년 1457억원 △2014년 1361억원 등 매년 감소세를 나타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럽사업 부진' 롯데 계열사 부담으로 전가=유럽롯데홀딩스 부진은 롯데그룹 계열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만 해도 지난해 각각 819억원과 690억원, 213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도 599억원의 손실을 인식했고 롯데리아도 수십억원대 손실을 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전개했다. 러시아 칼루가주에 위치한 제과공장 생산면적을 내년부터 2018년까지 두 배 가량 늘리고 상트페테부르크에 1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5성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최근에는 모스크바 복합쇼핑몰 '아트리움' 인수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권 갈등으로 이러한 해외사업도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측이 중국 등 해외사업 부진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다 오너 일가의 진흙탕 싸움으로 해외 신인도에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 회장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보다 과감한 해외투자를 펼쳐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럽사업 실적부진은 러시아 루블화 폭락에 따른 일시적인 장부상 손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이 진출 8년만인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할 정도로 개선되고 있고 제과,호텔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경영권만 안정되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