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도 20여일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측이 제안한 2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판세도 신 회장쪽으로 크게 기우는 분위기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추가 주총 소집, 법정 공방 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을 향한 주주 지지가 확인된 만큼 이후 갈등 양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경영권 갈등이 처음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27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이 일본으로 건너가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면서부터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지목하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손가락 해임'이다.
이튿날인 28일 신 회장은 즉각 진화에 나선다.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27일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가 정식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이를 무효행위로 규정한다. 신 회장을 위시한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또 이날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하고 실권이 없는 명예회장으로 승격시킨다. 사실상의 경영권 박탈이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톨한 경영권 탈환이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의해 좌절된 신 전 부회장은 곧자로 여론전에 돌입한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귀국 직전인 지난달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홀딩스 이사 6명 해임이 자신의 경영권 찬탈이 아니라 신 총괄회장의 의지였다고 주장한다. 신 전 부회장은 또 귀국 후인 30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홀딩스 사장에 재임명한다는 내용의 지시서도 공개한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도 여론전에 가세한다. 신 사장은 지난달 31일 한국에 입국,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라며 신 회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신 전 부회장도 재차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여론전을 이어간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2일 또 한번의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 경영자로 지목했으며 동생 신 회장이 오히려 아버지의 지시를 무시하고 한일 롯데 경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이 과정에서 국적논란과 반롯데정서도 확산된다. 한국 롯데그룹 전체를 일본 롯데 지주회사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단이 됐고 신 전 부회장이 여론전을 위해 공개한 신 총괄회장 육성파일과 동영상이 기폭제가 됐다. 한국말도 못하는 무늬만 한국사람들이 롯데를 가져가려 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 귀국 4일 뒤인 이달 3일 귀국과 함께 대국민사과에 나선다. 불미스러운 일로 혼란과 심려를 드려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어 신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 34층으로 향했으나 신 총괄회장과의 만남 여부와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신 회장은 귀국 후 롯데월드타워, 신입사원 연수원 등 현장방문에 집중하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다. 또 한일 롯데 사장단(4일), 한국 롯데 노조(5일) 등은 잇달아 신 회장 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측면에서 힘을 보탰다. 6일에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뿐 아니라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 회장의 한일 롯데 경영 장악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11일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신이 명실상부한 롯데의 '원리더'임을 강조한다.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밝히고 17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첫 발을 떼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