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 전과 다른 '쿠션'의 의미

박진영 기자
2015.08.27 03:35

"콧대 높은 디올이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뜻이죠. 한 때 비교조차 안 되던 세계적인 명품 기업이 '구애'를 한 셈입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가 올해 체결된 디올과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기술협약 양해각서(MOU)에 대해 한 말이다. 디올의 구애뿐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지도 최근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아모레퍼시픽 이름을 올렸다.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바르는 새로운 형태의 메이크업 제품 쿠션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하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칭했다.

10년 전만 해도 쿠션이란 단어는 완전히 달리 사용됐다. 소파 위에 올려져있는 작은 침구류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을 거다. 아모레퍼시픽이 세상에 없던 물건을 내놓고 새로운 단어를 하나 만든 셈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만큼 파급력 있는 것이 없다.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립스틱과 파우더는 겔랑이 최초로 내놓은 것이다. 1870년대 현대적 형식의 립스틱을 내놓은 겔랑은 지금도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남아있다.

일본 브랜드 슈에무라는 1967년 세계 최초로 '언마스크(Unmask)'라는 클렌징오일을 내놓았다. 오일로 화장을 지운다는 것, 그것도 화장을 지우는 것이 메이크업이라는 것을 처음 각인시킨 상품이었다. 클렌징오일은 지금도 슈에무라의 DNA로 변형을 거듭하고 있다.

9월 5일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마음으로 생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10년 전 목표로 했던 뉴요커는 물론, 유커(중국인 관광객)까지 사로잡으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는 아모레퍼시픽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변곡점"이라며 "아시안 뷰티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원대한 기업으로 성장 하겠다"고 창립 70주년의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 없이 좋은 지금, 아모레퍼시픽의 한층 더 치열한 고민이 시작돼야하는 때이기도 하다. 쿠션을 깨부술 다음 '쿠션'은 무엇이 될 것인가. 립스틱을 만든 겔랑 역시 지금은 또 다른 혁신 동력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에서 불어온 'K뷰티' 물결에 순항 중인 우리 기업들 모두가 고민해야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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