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 끝에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확정하면서 한국 면세점 산업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내면세점은 전국에 총 21곳, 서울에만 13곳까지 늘어나 면세산업은 이제 진입 장벽이 높은 특허산업이라기보다 유통업 본연에 더 가까워졌고 무한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을 비롯해 특허기간 연장 등 정부가 추진하는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의 명분은 한국 면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앞으로 10여 개의 면세점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혁신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당면한 과제는 국내 시장에서 건전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 송객수수료를 높이거나 해외명품 확보를 위해 매입 원가를 높이는 방식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롯데면세점은 물론 다수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신규 면세점들의 하소연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무분별한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막겠다며 도입한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면세업계에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도 신규 면세점이 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명품 업체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업체는 면세업계 선발주자인 롯데와 호텔신라 정도 뿐"이라며 "뒤늦게 뛰어들어 명품 브랜드를 많이 유치하지 못한 신규 면세점의 경우 여행사 등에 대한 마케팅비용 지출이 커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여건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해외 소비를 국내로 유인하기 위해 자국 면세점 수를 늘리고 일부 소비품의 수입 관세를 낮추는 등 견제 정책을 펴고 있다. 면세산업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일본과 태국의 추격도 매우 빠르다.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은 이 같은 상황까지 반영돼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수가 더 많이 늘어났으니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며 "특허수수료율을 인상하기보다 매출에 연동시키는 등 신규 면세점들이 경쟁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경쟁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