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주주총회에 돌아와서 본인의 비전, 실적, 전략 말씀하시고 기존 이사진 등으로부터 신뢰 받으면 좋지 않습니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의 한국과 일본 경영권 분리 요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뼈있는 답변이다. 경영권 분리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원한다면 신 전 부회장이 실력으로 직접 주주를 설득하라는 것.
신 회장이 이렇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수차례의 주총 결과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2015년 이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친 주총에서 신 회장의 이사 해임과 자신의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오히려 '원롯데'의 수장이 신 회장임을 확인하는 결과만 낳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 전 부회장은 주총에서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비전·실적·전략 어느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 사재 1조원을 털어 복리후생기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지만 진정성만 의심 받으며 주총 결과에 영향을 못 미쳤다.
신 전 부회장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신 회장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했다. '형제의 난' 당시 전 국민의 뇌리에 박혔던 '친일(親日) 기업'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벗어낼 수 있었다.
올해 롯데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좋지 않다. 불경기와 규제 강화로 유통 업황이 좋지 않고,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캐시카우인 화학 부문의 전망 역시 먹구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에 복귀하기 위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보가 롯데 직원과 투자자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그의 '장외 투쟁'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