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한류 열풍에 편의점이 합류하고 있다. 글로벌 편의점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키운 국내 편의점 업체마다 해외진출을 목표로 잡으면서다. K-편의점 세계화를 선언한 국내 편의점 산업이 배송 등 차별화된 무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시장 진출이 국내외 편의점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편의점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 최대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앤아이(7&i)홀딩스가 최근 210억 달러(약 23조원)에 미국 편의점형 주유소 스피드웨이를 인수키로 결정하며 글로벌 편의점 패권다툼의 불씨를 당겼다. 인수가 완료되면 세븐일레븐은 북미 시장에서만 1만4000여개의 편의점을 보유, 압도적인 편의점 1위 업체로 자리잡게 된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확고한 시장 지위를 자랑하는 세븐일레븐의 북미시장 진출은 향후 10~20년을 바라본 결정이란 분석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소비시장 위축, 일손 부족 등으로 일본 편의점 시장의 성장이 한계점에 다다랐단 판단에서다. 실제 일본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편의점 점포수는 2005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일본 편의점시장의 해외시장 진출은 국내 편의점산업에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일본 편의점의 상황이 국내 편의점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다.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펴며 몸집을 키워온 국내 편의점 업계의 성장세도 예전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2007년 사상 처음으로 1만개를 넘어선 이후 2011년 2만개, 2018년 4만개를 돌파했다. 매년 가파른 증가율을 보여왔지만 4만개를 돌파한 시점부터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편의점 시장 점포수는 4만672개(편의점 협회 회원사 GS25·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로, 이마트24 등을 포함하면 4만5000여개 정도로 추정된다.
편의점 시장을 감싸고 있는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편의점 앞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또 편의점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과밀·출혈경쟁이 심화한 데다,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는 유통산업발전법 규제가 편의점 가맹사업까지 옥죄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등의 정책도 편의점 가맹점의 매출하락과 사업 위축을 이끌고 있고, 저출산과 인구구조 변화는 향후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국내 편의점들도 해외시장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편의점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편의점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GS리테일이 2018년 베트남 손킴그룹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 호치민에 GS25 점포를 열며 해외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현재 매장 수를 65개까지 늘린 베트남 GS25는 10년 내 2000개 이상의 점포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GS25의 해외진출 성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지난 10년 이상 동남아 등 아시아권을 바탕으로 구축해온 '한류 열풍' 덕택이다. 한국 편의점이란 정체성을 적극 내세우며 상품 구색 및 서비스를 전진 배치하는 이유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며 베트남 GS25의 매출이 급격히 신장하는 등 '한류 명소'로 통하고 있다.
몽골 시장을 공략하는 BGF리테일도 마찬가지다. 2018년 몽골 울란바토르에 CU 1호 매장을 낸 뒤 현재까지 점포 수만 80여개에 달할 만큼,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PB(자체 브랜드) 상품 등 한국 상품이 전체 상품 구색의 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데, 한류 열풍 덕에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한류의 영향으로 다른 해외 편의점 브랜드보다 인지도나 상품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다"며 "배송 서비스 등 국내 편의점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예기치 않은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덮치며 해외진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편의점들이 올해 들어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여행교류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사업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BGF리테일의 경우 몽골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베트남 호치민에 신규 점포를 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점포 오픈이 미뤄지고 있다. 올해가 각종 미디어 콘텐츠 수출과 방한 여행 등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한류 영향력이 최절정에 달한 시점인 것을 고려하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매장 오픈과 운영 등의 준비를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사업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