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한 장에 쏟아진 말…샤넬도 디올도 "페미니즘이 대세야"

오정은 기자
2020.08.21 10:40

조이를 비롯해 현아 수지 김혜수 리한나 입은 디올 티셔츠, 갑작스런 페미니즘 논란

(사진 왼쪽부터)레드벨벳 조이, 김혜수, 정유미, 현아/사진=뉴스1,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레드벨벳 조이가 페미니스트 구호가 적힌 디올(Dior) 티셔츠 착용으로 홍역을 치렀다. 페미니즘 구호가 적힌 명품 티셔츠를 입는 행위는 "나는 페미니스트다"를 선언하는 것일까? 사실 페미니즘은 글로벌 명품 업계에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화두이며 페미니즘 자체가 하나의 유행, 대세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 19일 레드벨벳 조이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푸른 하늘의 9월 7일"이라는 글귀와 함께 검은색 재킷 안에 논란의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다른 커뮤니티에 "이기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재게시됐고 "여자 아이돌 페미니스트 인증 짜증난다" vs "티셔츠 입은 게 대체 뭐가 문제냐"며 논란이 증폭됐다.

글로벌 명품업계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광고에 여성을 성상품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오랜 성 상품화에 대한 반성과 글로벌 미투(#Metoo) 운동의 확산으로 명품업계의 마케터들은 페미니즘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명품 소비자들에게 더 호소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글로벌 럭셔리 업계는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샤넬과 디올 등 글로벌 굴지의 명품 브랜드가 앞장섰다.

샤넬은 브랜드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인생을 여성 해방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토리를 가진 하우스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는 이미 2015년 봄 컬렉션에서 "여성이 먼저다(레이디스 퍼스트)" "History is Her Story"와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투영했다.

디올의 첫 여성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사진=디올

'잘록한 허리의 갸날픈 여성'을 위한 시그니처 브랜드였던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의 디올(Dior)은 2017년 봄, 기성복 컬렉션에서, 레드벨벳 조이를 비롯해 선미, 현아, 수지 등도 입었던 논란의 디올 티셔츠를 내놨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프린팅 티셔츠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는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의 책 제목을 티셔츠에 새긴 것이다.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는 '타임(TIME)'에서 뽑은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된 작가로 이 책은 스웨덴에서 청소년 교육 필독서로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남성에게도 연대를 요청한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 또한 젠더에 따른 기대에서 벗어나 좀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 그런 뜻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후 면도기를 생산하는 질레트는 #Metoo 광고를 내놨고 위스키 브랜드 조니 워커는 '제인 워커'를 선보였으며 샤넬은 화장하는 남자 '보이 드 샤넬' 메이크업 라인을 내놨다. 패션·뷰티 업계에서 정형화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붕괴되면서 페미니즘은 장기 지속되는 큰 트렌드가 되어 젊은 여성은 물론 게이 고객들에게도 강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7년 봄 컬렉션에서 선보인 디올의 화이트 티셔츠/사진=디올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디올의 7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복을 총괄한 여성 디렉터였다. 2016년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그녀는 젊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여성을 표현하는 패션'을 창조하는 데 주력한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디올의 화이트 티셔츠가 런웨이를 강타했을 때 그것이 바로 제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습니다. 패션은 메시지를 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세계의 관중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죠. " 마이라 그라치아 치우리는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