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이제 소분 시대"…뷰티 시장 덮친 미니어처 열풍

"명품도 이제 소분 시대"…뷰티 시장 덮친 미니어처 열풍

하수민 기자
2026.05.30 09:00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메모파리(MEMO PARIS)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30ml 제품군을 확대했다. 사진은 메모파리 소용량 제품.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메모파리(MEMO PARIS)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30ml 제품군을 확대했다. 사진은 메모파리 소용량 제품.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최근 직장인 박모씨(29)는 중국 상하이 여행에서 캐리어 한쪽을 미니 향수로 가득 채워 돌아왔다. 딥티크, 조말론, 톰포드 등 유명 브랜드 향수를 10ml 안팎 소용량으로 여러 개 구매했다. 목적지는 현지 MZ세대와 관광객 사이에서 '뷰티 쇼핑 성지'로 불리는 편집숍 하메이(Harmay)였다. 김씨는 "예전 같으면 향수 하나를 큰맘 먹고 샀겠지만 요즘은 작은 걸 여러 개 사서 기분 따라 바꿔 쓴다"며 "본품 하나 가격이면 다양한 향을 경험할 수 있어서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고물가 장기화 속 뷰티 시장 소비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크고 비싼 본품 하나를 오래 쓰기보다 작은 용량 제품 여러 개를 구매해 짧고 다양하게 경험하는 소비 방식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특히 향수 시장에서는 명품·니치 브랜드까지 소용량 제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향수 시장에서는 50ml·100ml 본품보다 10ml 안팎 미니 향수와 디스커버리 세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향수를 처음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낮춰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여러 향을 직접 사용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실제 카카오톡 선물하기 뷰티 카테고리에서는 조말론의 9ml 향수가 판매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르라보 등 니치 향수 브랜드들도 2만~4만원대 소용량 제품으로 선물 수요를 공략 중이다. 최근에는 초고가 브랜드까지 움직이고 있다. 톰포드는 40만원대 50ml 본품 대신 4ml 제품을 선보였고, 엑스니힐로(EX NIHILO)는 대표 향수를 10ml 사이즈로 출시했다.

상하이 하이메이 여행 후기 콘텐츠./사진=유튜브 갈무리
상하이 하이메이 여행 후기 콘텐츠./사진=유튜브 갈무리

이 같은 흐름은 중국 상하이에서 활발하다. 특히 하메이는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도 "상하이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쇼핑 코스"로 통한다. 매장에는 샤넬·디올·톰포드 같은 럭셔리 브랜드 미니어처 화장품과 향수가 빼곡히 진열돼 있는데 원하는 제품을 다양하게 담아가는 방식이 인기다.

소용량 향수 인기는 단순히 가격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향수는 개인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제품인 만큼 온라인 구매나 비대면 선물 환경에서는 소용량 제품의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직접 시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이 새로운 향을 경험할 수 있고 선물하는 입장에서도 상대방 취향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략 변화도 눈에 띈다.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는 지난 2월 한국 단독 에디션 '오 드 퍼퓸 10ml' 4종을 출시했다. 블루 탈리스만, 플뢰르 나르코티끄 등 브랜드 대표 향수를 작은 용량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단순히 용량만 줄인 것이 아니라 기존 향수병 디자인과 골드 캡까지 그대로 축소 적용해 '미니어처 럭셔리' 감성을 강조했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메모파리도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30ml 제품군을 확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더 많은 소비자가 부담 없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본사에 지속적으로 소용량 제품 개발을 요청했다"며 "출시 이후 반응이 좋아 현재 15종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나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소비 패턴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제품을 짧게 경험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향수 시장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춘 소용량 제품이 브랜드 입문용은 물론 휴대·선물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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