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진짜 이득이다."
지난 25일 오후 12시30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대한해협 상공을 선회 후 오후 2시30분 다시 인천으로 돌아온 한 LCC(저비용항공사)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을 다녀온 커플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이들은 캐리어 3개에 가득 담은 면세품과 함께 항공사의 자체 게임 이벤트에서 받은 상품(가방, 모형항공기 등)까지 챙겨 기내 밖으로 나섰다.
이들처럼 항공기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함과 동시에 가족, 친구들과 그룹을 이룬 100여명의 여행객은 짐을 챙겨 서둘러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세관 신고를 마치기 위해서다.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상품은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에 착륙하진 않지만, 국제 영공(타국 영공)을 들렀다가 착륙하기에 면세 쇼핑이 가능하다.
여행자 면세한도는 △1인당 600달러 △술 1병 △담배 200개비 △향수 1병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면세 한도를 초과해 쇼핑을 즐겼다. 면세점마다 경쟁적으로 할인을 해줘 입국 시 세금을 내더라도 상품 가격이 매력적인 까닭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승객은 저렴한 가격에 면세쇼핑을 즐기기 위해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을 온 것으로 보였다.
해외여행 갈증도 풀고, 면세품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최근들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는 무착륙 관광비행 항공권을 구매했다. 항공권 가격은 LCC 기준으로 10만원 내외인데, 각종 신용카드 등 프로모션을 활용할 경우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7만원에 항공권을 손에 쥐었다.
항공권 결제 후 여러 블로그 후기 글 등을 검색해보니 무착륙 관광비행에서 면세쇼핑을 똑똑하게 하려면 일종의 전략이 필요하단 조언이 잇따랐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면세쇼핑에 치중된 항공권이라, 세관 검사를 무조건 하는 데다가 꽤나 엄격하게 진행되니 600달러 이상 구매할 것이라면 세관신고를 일찍 마치기 위해 추가 금액을 내고 좌석을 앞쪽으로 지정하라는 것이나, 각 면세점 별 프로모션을 최대한 이용해 할인율을 최대한 높일 것 등의 조언이었다. 여러 꿀팁들을 흡수했지만, 예상치 않은 변수가 이어졌다.
퇴근 후 친구와 저녁을 먹고 면세 쇼핑을 위해 여유 있게 시내면세점으로 향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다른 시내면세점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들은 2020년부터 코로나19여파로 고객 발길이 끊기자 영업시간을 변경해 단축 운영하고 있다. 오후 5시30분 혹은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터라 퇴근 후 쇼핑은 불가능했다.
이에 틈이 날 때마다 온라인 면세점 스페셜 오더(온라인 면세점에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 상품을 따로 주문)를 통해 재킷과 목도리 등을 구매하고, 주말에 한 두시간 짬을 내 면세 쇼핑을 했다. 시내면세점으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방문했는데, 4월~6월은 자체 프로모션으로 방문 당일 하루에 △600달러 이상 구매시 선불카드 10만원 페이백 △1000달러 이상 구매시 19만원 페이백 △1500달러 이상 구매시 29만원 페이백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총 구매한 금액은 1500달러 이상 수준이었지만, 한번에 몰아 사지 못했기에 10만원밖에 페이백을 받지 못했다. '면세쇼핑 전략'에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면세점 회원 등급 할인 등을 받으니 저렴한 만큼 당초 구매할 생각이 없던 액세서리나 향수 등도 구매하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후 온라인과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인도받고는 곧바로 공항 면세점 쇼핑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각 면세점에서 공항에서만 쓸 수 있는 선불카드를 선물로 줬기 때문이다. 선불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추가로 양주 1병, 화장품, 액세서리 등을 구매했다.
공항 면세 쇼핑을 즐기는 이들은 비표를 패용한 무착륙 관광비행 승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은 해외·출입국객과 동선 분리를 위해 목에 비표를 걸고 있다. 이에 한적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의 밀착 설명을 들으며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어 여행객 입장에선 쇼핑에 용이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제1터미널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철수한 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등만 남아 일부가 텅 비어있는 만큼 허전한 느낌이 컸다. 특히 없는 브랜드가 많아 쇼핑을 즐기기엔 한계가 있었다. 공항 면세점에서 백팩을 추가로 구매하고 싶어 '투미' 브랜드를 찾아 다녔지만, '제 1터미널에는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투미가 1터미널에도 있었지만, 이젠 철수해 탑승동까지 가셔야한다"고 했다. 무착륙 관광비행 승객은 지정된 구역만 이용할 수 있어 탑승동으로의 이동은 제한돼있었다.
가져온 가방에 구입한 면세품을 잔뜩 담다보니 가방이 꽉 찼다. '너무 많이 샀나' 하는 생각에 같은 항공기에 탑승한 이들을 둘러봤는데, 그래도 적은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캐리어 2개씩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좌석 지정 1만원이 아까워 좌석 지정을 하지 않은 값은 톡톡히 치렀다. 세관 신고를 위한 줄이 하도 길어 이를 마치는 데만 1시간 반 가량이 소요됐다. 서울 동쪽 끝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왕복 5시간 정도 소요됐고, 비행시간 2시간에 세관신고까지 마치고 집에 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졌다.
그럼에도 총평은 '만족'이었다. 150만원 남짓의 면세품을 구입하고 세관 신고를 마치니 약 15만원의 세금이 나왔는데, 모두 감안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했단 생각에서다. 구입한 금액은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의 객단가(1인당 평균구매액)는 120만원이다.
인천이 아니라 김포에서 진행된다면 또 한 번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을 할 용의도 있다. 무착륙 관광비행 수요가 늘면서 항공 업계는 오는 5월부터 김포, 김해, 대구 공항에서도 이를 운영한다. 7개 국적 항공사가 오는 5월 예정한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운항 편수는 총 56편으로 이달(19편)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구매액이 많을 수록 면세점이 제공하는 할인도 크고 면세 한도를 초과해도 자진신고로 초과분 부가관세 30% 감면(15만원 한도)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무착륙 관광비행에 대해 알려지고, 백신 접종이 시작돼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여행객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고객은 시행 초기인 2020년 12월과 비교해 약 3배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