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식품 대기업에 연락이 왔다. 중국음식점 점주가 이 회사의 대용량 조미료에서 죽은 쥐가 나왔다며 항의 전화를 한 것이다. 회사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를 요구했다. 분말 형태의 조미료 제품 포장 전 얇은 채반으로 한 번 거르기 때문에 제조 공정상 커다란 죽은 쥐가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고 후 식약처에서 현장 조사에 들어가려 하자 신고자는 갑자기 조사를 거부했다. 이후 신고자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식품위생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이를 악용한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물질이 나왔다고 연락한 뒤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흔하다. 식품업체들은 제조 과정상 이물질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차라리 식약처 등에 신고해주길 바라거나 자진 신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식료품·기호품(술, 전자담배 등) 관련 피해 구제 접수 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 2017년 528건에서 지난해 656건으로 늘었다. 전일까지 올해 접수 건수도 664건으로 지난해 접수 건수를 넘어섰다.
제조업체, 판매자의 위생 관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상당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식품 관련 소비자 피해는 이물질 혼입과 제품의 부패·변질로 인한 것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데 제품 구입 후 보관하거나 개봉해 섭취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해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다"며 "소비자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 보관방법, 주의사항 등을 준수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도 소비자들이 착각하거나 보관 문제 등으로 이물질 혼입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그러나 게중에는 금전적 보상 등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으름장을 놓는 블랙컨슈머들도 지속해서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언론에 제보하거나 '맘카페' 등에 올리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블랙컨슈머 관련 민원 현황은 1306건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소기업 83.4%의 업체가 블랙컨슈머를 경험했다.
하지만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강경대응하진 않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돈을 줄 수는 없고 구매한 제품에 상응하는 다른 제품을 주는 식으로 대응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 대기업 관계자도 "블랙컨슈머가 있더라도 잘 설명드리고 불편이 크다는 차원에서 소정의 제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식약처에 신고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회사 과실로 나오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식약처에 신고해 조사하자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식약처에 신고하면 며칠 내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블랙컨슈머는 식품업체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지속해서 나오며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기업뿐 아니라 음식점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어 예방 차원에서 폐쇄형회로화면(CCTV)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반복적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악성 소비자의 경우 협회 차원에서 강경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