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5조원…농가 살리고, 탄소 줄이는 이곳

유예림 기자
2023.06.13 14:59

[르포]삼성웰스토리, 상품성 없어 버려지는 농산물 구매해 급식·식당 등 고객사에 납품

12일 삼성웰스토리 평택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못난이 농산물의 상태를 검수하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

"농산물의 크기나 곰팡이, 벌레 자국, 변색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12일 저녁 8시쯤 경기 평택시 삼성웰스토리 물류센터 안. 김태관 평택 물류센터장은 매주 월~토요일 저녁 물류센터에 들어오는 못난이 농산물의 검수 과정을 설명했다.

직원들은 못난이 농산물 플랫폼 스타트업 '예스어스'로부터 들어온 쑥갓, 치커리, 얼갈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물류센터 실내는 식자재의 신선도를 위해 영상 5도 수준으로 유지되며, 자동화 설비가 돌아가며 기계음을 냈다.

치커리, 얼갈이 등의 크기는 일반 상품보다 약 5~10cm 정도 짧거나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크기의 구멍이 일부 뚫려 있었다. 쑥갓과 치커리는 잎이 휘어지지 않고, 벌레 물린 흔적이 적어 정상 가격에 팔리는 농산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예스어스에서 납품받은 못난이 농산물 1179kg은 삼성웰스토리를 거쳐 급식업체, 레스토랑, 반찬 제조사 등 1300여개 고객사에 공급된다. 지난달에는 못난이 농산물 약 21.6t이 들어왔다.

삼성웰스토리는 올해 3월부터 예스어스와 계약을 맺고 못난이 농산물 12종을 들여오고 있다. 예스어스는 상품성 저하로 판로가 없거나, 경매에서 헐값에 낙찰되는 못난이 상품을 농가 약 230곳에서 직매입해 삼성웰스토리에 납품한다. 예스어스는 도매시장, 선별 업체 등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 유통 비용을 줄여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12일 삼성웰스토리 평택 물류센터에 들어온 예스어스의 못난이 농산물 치커리와 얼갈이./사진=유예림 기자

맛과 영양엔 지장이 없지만 크기가 균일하지 않고, 작은 흠집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면 환경·경제적으로 이점이 크다. 예스어스에 따르면, 못난이 농산물이 국내 연간 최대 5조원, 전 세계에선 연간 13억t이 버려지고 있다.

우선, 농가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다. 예스어스는 지난해 6월 경기 여주의 적양배추 농가로부터 비가 적게 와 예년보다 적양배추의 크기가 작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예스어스는 적양배추를 농가로부터 직접 수매해 홈페이지에서 5kg에 7500원에 판매했다. 일반 상품보다 약 40% 저렴하게 팔아 첫 판매를 개시한 지 두 달 만에 적양배추 총 6.8t을 완판했다. 농가는 1800평 규모의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이중환 삼성웰스토리 농산MD그룹 프로는 예스어스와의 협업에 대해 "코로나 시국 급식 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의 매출이 90% 이상 떨어지는 등 어려운 모습을 보고 버려지는 농산물의 활용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며 "판로 확보 등 예스어스와 1년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면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예스어스가 농가에서 버려질 뻔했지만 구조한 농산물의 무게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55t에 달한다. 통상 농산물 폐기 시 농산물 1g당 이산화탄소 1.65g이 발생한다고 계산하는데, 못난이 농산물로 이산화탄소 약 90.75t을 줄인 셈이다.

못난이 농산물을 받는 고객사 중 한 곳은 '반찬해결사'라는 식단제 반찬 배송 브랜드다. 삼성웰스토리로부터 매달 못난이 농산물 600kg에서 1t 내외를 구입해 열무 된장 나물, 감자볶음 등의 반찬을 만든다. 반찬해결사의 운영비에서 식자재비의 비중은 50% 정도로, 김지혜 반찬해결사 상무는 "반찬 하나를 만들 때 식자재 비용 10% 정도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와 예스어스는 추후 납품받는 농가와 못난이 농산물 품목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예스어스 관계자는 "농가를 올해 400곳까지 늘리고 농산물을 넘어 육류, 생선, 가공식품 등 여러 이유로 버려지는 제품을 살려서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고, 제품을 버릴 때 발생하는 탄소를 줄여 지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단제 반찬 배송 브랜드 ‘반찬해결사’가 못난이 열무로 만든 반찬./사진제공=반찬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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