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편의점 새로운 성장 위해 '트렌드 메이커'로 변신

신종하 BGF리테일 경영기획실장
2025.02.07 05:50

1989년에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편의점은 이름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편리'라는 가치를 제공하며 지난 35년간 대한민국 유통산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왔다. 전국의 점포수는 5만6000개에 달하고 하루 이용객도 1500만 명에 이른다. 편의점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2021년에 대형마트를 뛰어넘었고 지난해엔 백화점과 불과 0.1%p(포인트) 차이로 오프라인 유통업체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은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도 자주 등장하다 보니 이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K컬처로 인식될 정도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편의점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고 현재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에서 국내의 편의점 업체들이 활발히 해외 사업을 전개한다.

성장세를 이어온 편의점도 최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3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던 점포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역신장한 것이다. 점포 수는 양적 성장의 지표이지만 이는 점포 매출과 수익 향상이라는 질적 성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침체로 인해 생활밀착 업종인 편의점마저 영향을 받게 되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적인 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편의점 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해 왔다. 물류 및 전산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판매 채널 구축,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출시, 다양한 제휴 마케팅 추진 등 비즈니스 효율을 꾀하는 동시에 산업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새로운 혁신을 꾀하는 중이다.

이런 노력들은 최근 들어 한 가지 키워드로 모아지고 있다. 기존의 편의점이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기반으로 '편의 추구'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 편의점은 '트렌드 메이커'로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즉, 성숙기에 접어든 편의점 업체들이 방문 고객수와 점포 객단가를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더 편리한 점포'에서 '더 트렌드한 점포'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상품기획자(MD)들은 고객의 최신 니즈와 소비 동향에 맞춰 보다 더 트렌디한 차별화 상품을 발굴, 기획하고 있으며 마케팅 메시지도 이전의 'convenience'가 아닌 'New & trendy'로 타켓팅 되고 있다. 과거 다른 소비 채널의 움직임을 쫓아가던 'trend chaser'에서 이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발 빠르게 유행을 만들어가는 'trend maker'로 진화 중이다.

유통 채널들은 모두 자신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있다. 백화점은 '명품', 할인점은 '가격', 슈퍼마켓은 '신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키워드는 해당 채널의 강력한 경쟁력인 동시에 태생적 한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편의점 업체들이 '트렌드'라는 키워드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업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도전적인 활동이다.

편의점 업계는 '트랜드'라는 새로운 성장 키워드를 앞세워 집요할 만큼 고객 관점의 기업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더 이상 '자고 일어나면 또 생기는' 편의점이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걸 제공하는' 편의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앞으로 편의점이 이러한 질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제2,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국내 유통 업계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신종하 BGF리테일 경영기획실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