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MBK, '사회적 책임'의 끝은[우보세]

유엄식 기자
2025.10.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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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홈플러스 임직원 및 이해 관계자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이 여야 의원의 질타 속에 꺼낸 말이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의 수장인 그는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긴급 기업회생 신청한 뒤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섰다. 그동안 홈플러스의 공동 대표인 김광일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에게 향했던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김 회장에게 쏟아졌다.

이날 김 회장은 '책임'을 말하면서도 역설적인 '면피성 발언'도 했다. 홈플러스의 경영 문제에 대해 "제가 관여하는 파트가 아니다"라고 답하거나, "저희(MBK)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니다", "회생결정 신청은 제 권한이 아니다"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는 홈플러스의 인수를 위해 자금을 일으킨 사모펀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인수 이후 회사 경영은 전·현직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이사회에 더 큰 책임이 있단 의미로 읽혔다.

이에 대해 의원들이 "비판을 받는게 억울하냐"고 되묻자, 김 회장은 "제 회사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김 회장의 이런 대응은 이날만 그런게 아니다. 지난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지도부가 본사를 찾아 대책을 촉구하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유력한 협상자와 M&A(인수합병) 협상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 비록 김 원내대표의 '전언'이었지만, 극적인 M&A가 성사될 것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MBK는 이 말을 뒤집은 뒤 우선협상대상자부터 찾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포기하고 이달초 공개경쟁 입찰 공고를 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김 회장이 이날 밝힌 '5000억원 사재출연' 계획도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앞서 5월에 출연한 1000억원, 7월에 1500억원 대금 지급을 보증을 선 것, 지난달 약속한 2000억원 현금증여 등을 합친 금액이 그의 5000억원 계산법이다.

이를 두고 IB업계에선 부풀려진 숫자란 지적이 나온다. 김 회장이 실제로 낸 금액은 4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개인 증여와 DIP(기업회생 절차 개시 기업에 대출하는 구제금융)에 대한 MBK 임원의 780억원 규모 원리금 연대보증이 전부란 이유에서다. 2000억원 추가 증여에 대해서도 전액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면 면피성 지원에 불과하고, 이미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무상소각 지원책도 "사실상 휴지 조각"에 불과하단 평가가 있다.

김 회장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미 홈플러스의 알짜 자산을 상당수 처분했고,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로 인해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파산) 가치보다 낮은데, 새로운 기업이 인수하면 어떻게 회사를 되살릴 수 있을지 명확한 근거를 내놔야 한다. 결국 "그렇게 좋은 회사면 MBK가 계속 운영하라"는 의구심이 풀려야 최후의 수단인 경쟁입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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