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가 자회사인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에 5000억원을 댄 재무적투자자(FI)와의 콜옵션(매수청구권) 분쟁을 조만간 마무리할 전망이다. SK스퀘어는 투자금 전액 상환 및 일부 상환 등 여러 대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데, 협의 결과에 따라 SK스퀘어가 11번가 지분을 되찾아오면 2년째 표류 중인 11번가 M&A(인수합병) 추진도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FI와의 콜옵션 분쟁 조정안이 합의되면, 이사회를 열어 합의안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선 다음 달 예정된 SK그룹 정기 임원 인사 전에 이 문제가 일단락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 FI 컨소시엄 측에 콜옵션 행사 관련 협상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G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FI 컨소시엄은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약 18%를 보유 중이다. FI 총투자액의 약 70%인 3500억원은 국민연금이 냈다.
당시 5년 이내에 11번가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는 조건으로 RCPS(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했다. 계약서엔 IPO가 무산되고,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까지 한꺼번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 조건이 포함됐다.
콜옵션 만기일인 2023년 10월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 콜옵션을 포기했고, 이때부터 FI는 드래그얼롱 조건을 발동해 지난 2년여간 여러 업체를 대상으로 M&A 의사를 타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당시 2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았던 11번가의 기업 가치가 최근 약 8300억원대로 떨어지면서 SK스퀘어와 FI 사이엔 콜옵션 행사 및 투자금 보장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FI 측은 원금 보장을 요구했고, SK스퀘어는 기업 가치 조정분을 고려하지 않고 원금을 상환하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대립해왔다.
SK스퀘어는 그동안 시장 신뢰 회복 등 여러 영향을 고려해 결국 FI가 투자한 원금 상당액을 돌려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으로 알려진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안은 이사회 결정 이후 공개될 전망이다.
만약 SK스퀘어가 원금 상당액을 상환하고 FI가 보유한 지분 19%를 다시 확보하면, 11번가의 M&A 추진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FI가 드래그얼롱 조항을 적용할 명분이 사라져서다.
11번가 내부에선 제3자 매각보다 SK스퀘어 자회사로 남는 게 고용 안정, 사업 안정화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11번가는 지난해부터 본사 이전,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손실이 큰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기반의 오픈마켓 사업에 주력하는 사업 재편에도 주력한다. 이에 따라 2022년 151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754억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됐다. 지난 4월 부임한 박현수 대표는 올해 전사적인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