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M&A(인수합병) 입찰 결과는 새우가 고래를 잡는단 표현도 민망하다. 홈플러스의 업력과 사업 규모를 보면 인수 희망자들은 새우가 아닌 '플랑크톤' 수준이다."(업계 관계자)
유통업계 예상을 깨고 '깜짝 등장'한 인수 후보자 2곳이 나타났지만, 홈플러스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입찰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대가 우려'가 공존했지만, 지금은 허탈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업체가 모두 회사의 재건보단 '다른 목적'으로 이번 M&A에 참여했단 의혹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공개입찰 마감일을 앞두고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2개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는 양사가 인수 의향서에 적시한 자금조달 및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금일부터 실사 등 후속 절차를 위한 실무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시에 오는 26일 최종 입찰일 이전까지 추가 매수 희망자들과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앞서 공개된 입찰 공고문에 "여러 업체가 경합하더라도 매각 주관사 자체 판단에 따라 추가 접수를 진행할 수 있다'는 단서에 따른 것이다.
이번 입찰 결과에 대해 유통 업계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란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1조원 이상 높은 데다, 직원 2만명 고용 승계 조건이 있어서 사실 아무도 입찰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그런데 인수 희망 기업이 2곳이란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의 면면을 보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두 기업 모두 홈플러스의 본업인 유통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고, 인수 이후 대규모 추가 투자를 진행할 자금 여력이 충분치 못하단 이유에서다.
하렉스인포텍은 'UB 플랫폼'이란 모바일 결제 앱을 운용하는 핀테크 기업인데 2000년 창업 후 25년 가까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재 채용 사이트엔 '세계 최초로 모바일결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미국 하버드대 결제혁신 대회에서 세계최고 기술상을 수상했다'고 소개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와 실제 매출로 이어진 성과도 불투명하다.
창업자인 박경양 대표는 AI(인공지능) 분야 기술력과 홈플러스의 유통망을 결합해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회사의 존속 가능성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사이트 서울거래 비상장에 등재된 하렉스인포텍의 영업 실적을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억원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엔 1억원, 2021년에 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각각 65억원과 77억원의 손실을 봤다. 2022년과 2023년 실적은 아예 등재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자산은 10억원, 부채는 29억원으로 부채가 2배 이상 많다. 수년째 유상증자로 자본잠식을 피했지만, 최근엔 이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1030.4%로 '한계기업(영업활동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상태)'에 가깝단 게 회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현재 회사 직원 수도 20여명에 불과하다.
하렉스인포텍이 미국 투자 자문사로부터 약 20억달러(2조8000억원)을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단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낮단 게 업계의 평가다. 한 회계 전문가는 "실질적으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본입찰 전에 존재를 숨기기 위해 이 기업을 앞세워 대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보다는 자사 홍보 목적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단서를 종합하면 하렉인포텍의 참여는 누구나 인수 의향서를 낼 수 있고, 기업회생 M&A 특성상 '복수의 기업'이 참여해야 실사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틈새 마케팅'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인수 희망자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는 지난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고 자산 규모도 1597억원으로 하렉스인포텍보단 재무 안정성이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연매출 7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추가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보단 인수 후 남아있는 홈플러스 점포 자산의 추가 매각을 통해 자산 유동화로 수익을 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단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홈플러스 M&A 입찰 의향서를 낸 두 회사 모두 적격 인수자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내심 견실한 유통 대기업이 손을 내밀 것으로 기대했던 회사 관계자들이나, 농협 인수 또는 정부 주도 M&A를 바랬던 노조도 모두 이번 입찰 결과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홈플러스 내부에선 여전히 극적으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남아있다. 과거 대형 M&A 진행 사례를 보면 입찰 마감일 직전까지 참여를 부인하고, 극비리에 진행하다가 최종 입찰일에 등장한 사례도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M&A 전제 조건인 '고용 승계'가 최대 걸림돌이란 의견이 많다.
홈플러스는 일단 기입찰 업체와 실사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면서 오는 10일로 예정된 법원 회생계획 제출 시점도 추가로 연장 신청할 계획이다. 일단 인수 후보자가 등장했고, 청산 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우려되는 만큼 법원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