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우즈베키스탄 시장 개척기
"Eltimos, Esse sigaretni bering.(엘티모스 에쎄 시가렛니 베링·에쎄 담배 주세요.)"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중심가에 위치한 국립세무대 앞 편의점 'EXTRA(엑스트라) 24/7'.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 고객이 계산대 뒤편에 놓인 수많은 담배 중에 KT&G의 에쎄(ESSE) 담배를 찾았다. 그에게 "왜 에쎄를 골랐냐"고 묻자 "올해 초에 한국 담배 에쎄를 알게 됐는데, 담배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 요즘엔 에쎄만 구입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편의점에 머물 30분 동안 에쎄를 찾는 현지인이 많았다. 이 매장의 경우 지하철역과 대학가, 오피스가 밀집된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 만큼 담배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도 많단 얘기다. KT&G는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핵심 점포라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다. 에쎄도 올해 4월에 이 편의점에 입점했는데, 판매 초기보다 매출이 2배(12월 기준 성장률 200%)나 늘었다. 그러다보니 담배 진열장 중심부엔 한국 담배가 가득했다.
여기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에코파크 인근 'OPEN(오픈) 24' 편의점에서도 KT&G 담배가 진열대를 메웠다. KT&G는 에쎄와 보헴(BOHEM)을 앞세워 이 매장에서 점유율 35%를 기록하고 있다. KT&G가 현지 법인을 세우고 직접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 올해인 것을 감안하면 기적같은 일이다.
이종엽 KT&G 우즈베키스탄 법인장은 "올 1월 법인을 설립했는데 당시 약 1% 수준이던 시장점유율이 현재 3% 수준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며 "매일 타슈켄드 주요 매장을 돌며 담배 판매 현황을 체크하고 있는데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G는 이같이 인구 3500만명의 중앙아시아 경제강국 우즈베키스탄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추정한 수치로 보면 흡연율이 10% 수준이지만, 길거리 흡연자들이 많고 아직 실내 흡연도 자유로운 편이다. 여기에 매년 인구가 증가하고, 30대 이하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등 소비 여력이 높다. 전세계 135개국에 진출한 KT&G 입장에선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이에 2022년 KT&G 해외시장 개척팀은 우즈베키스탄의 사업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 진입 결정을 내렸고, 이듬해 연락 사무소를 열고 수입·유통사를 활용해 정식 유통을 시작했다. KT&G는 글로벌 판매 1위 초슬림 담배 브랜드인 에쎄를 앞세워 필립모리스(PMI)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 등 글로벌 담배회사들이 선점한 판매점을 뚫었다. 그 결과 지난해 에쎄 7개 제품은 총 2억7000만 개비에 이르는 판매량을 달성했다.
KT&G는 일단 시장 성장성을 확인한 뒤 올 1월 현지 사무소를 법인(FE KTNG GLOBAL TAS LLC)으로 전환하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편의점·담배판매점 등 9000여개 매장에서 담배를 팔고 있고, 2800여개 매장엔 전용 진열장을 비치하는 등 세부 영업망을 구축했다. 법인 소속 70여명의 현장관리 직원들은 매일 각 매장을 돌며 판매량을 체크하고 진열장 등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KT&G는 올해 에쎄 등 우리 담배가 4억 개비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진출 궐련담배 제조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KT&G 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K푸드와 K뷰티 등과 같이 '대한민국 브랜드'는 고품질 제품이란 소비자 인식 덕분이다. K웨이브(한류)의 열풍이 담배 시장에도 불기 시작한 것이다. 에쎄 체인지를 비롯해 기존에 없던 차별화 제품들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에쎄는 초슬림 담배 중 전 세계 1위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타슈켄트 에코파크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담배 전문 판매점 우즈토바코(Uztobacco) 매니저 주라예브 아크말(Jurayev Akmal)씨는 "에쎄를 비롯해 한국 담배들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 판매량 점유율이 15%에 달한다"며 "한국 제품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는데 KT&G 담배도 마찬가지 이유로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전략도 주효했다. KT&G는 진입 초기 7종에서 30종 이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고 다양한 맛을 적용한 제품들을 잇따라 내놨다. 무엇보다 건조한 사막기후 등으로 현지인들 콜라를 좋아한단 점에 영감을 받아 해당음료와 어울리는 담배도 선보였다. 여기에 쿠바산 시가잎이 함유된 보헴을 비롯해 현지용 신규 브랜드를 발빠르게 론칭했다.
우상민 우즈베키스탄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무역관장도 "KT&G의 담배들이 라면이나 화장품 등의 선풍적인 인기를 잇고 있다"며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5%에 달하고, 인구도 계속 늘고 있어 우리나라 담배 등 K프리미엄 제품들이 더욱 잘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이종엽 우즈베키스탄 법인장 인터뷰
세계 5위 글로벌 담배회사인 KT&G는 현재 전세계 135개국에 궐련 담배를 수출하고 있다. 2010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 최근 해외 궐련사업 부문은 3개 분기 연속 최대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엔 분기 기준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을 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6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KT&G는 국내 시장을 넘어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해외시장 성장 배경엔 우즈베키스탄 법인과 같이 신규 진출 시장을 운영·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있다. 실제로 KT&G는 글로벌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방경만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초 아시아태평양과 유라시아 권역 등에 CIC(company in company·사내 독립 기업)를 신설했다. 현지에 부사장급 임원 등 핵심인력을 전진 배치했는데 우즈베키스탄 법인은 유라시아 CIC에 속한다.
우즈베키스탄 사무소를 올해 1월 법인으로 안착시킨 이종엽 법인장은 지난 11일 현지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맞춰 우즈베키스탄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매순간이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고, 경험해보지 못한 이슈들이 끊임없이 등장했지만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실행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 타슈켄트 시내 담배 판매점들을 돌며 K담배 판매량 등을 직접 체크하는 그는 현재 법인장 역할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중부권역장까지 맡아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법인 전환 2년차를 맞게 되는 2026년을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해로 설정했다. 조직 구조를 보다 민첩하게 재정비하고, 구성원들이 도전과 성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체계도 강화했다.
이 법인장은 "우즈베키스탄 법인은 현 경영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현장 중심 경영과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러시아에 있는 조재영 유라시아 CIC장을 중심으로 모든 영업활동을 프로젝트 단위로 전개해 전략이 곧바로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G는 현재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4개국에서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륙별 주요 거점에 생산기지를 두고 전세계 135개국에 K담배를 수출·판매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은 특히 성장세가 높은 곳이다.
이 법인장은 "내년에 우즈베키스탄 시장에서 판매량 8억 개비를 달성하는게 목표인데, 이는 올해 실적 대비 2배 이상에 해당된다"며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구성해 양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년 후인 2028년까지 판매량 11억개비, 시장 점유율 약 12%를 달성해 우즈베키스탄 담배 시장에서 확고한 톱3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법인장은 끝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K푸드·뷰티 등 한류가 인기를 끄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이곳 우즈베키스탄에서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며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던 이 우즈베키스탄 사막의 길 위에 우리 브랜드 에쎄와 보헴으로 새로운 'K담배 로드(K-Cigarette Road)'를 만들어 우리 담배를 더욱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