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의 비밀]①

공정거래위원회가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난해까지 이어진 대한산란계협회(이하 산란계협회)의 계란 가격 고시를 지목했다. 산란계협회가 정한 기준가격이 계란 산지가격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유통과정에서의 도소매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판단이다.
산란계협회는 반발했다. 기준가격은 참고가격일 뿐 강제성이 없어 담합이 성립할 수 없단 주장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기준가격 고시 중단 이후에도 계란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담합 판단의 증거가 부족하단 입장이다.
공정위는 산란계협회의 이같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94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산란계협회는 2023년 설립된 사업자단체다. 산란계를 사육해 원란을 생산·판매하는 580개 농가가 소속돼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산란계협회는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지역별 특별위원회를 통해 수시로 각 지역의 계란 중량별(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 기준가격을 결정해 구성사업자들에 통지했다.
그 결과 계란 산지 실거래가격이 산란계협회가 결정·통지한 기준가격과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산지가격은 이후 유통과정에서 도소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산란계협회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기준가격을 9.4% 인상했다. 같은 기간 사료비 등 원란 생산비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까닭에 기준가격과 생산비 격차가 2023년 781원에서 2025년 1440원으로 벌어졌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산란계협회의 기준가격 결정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필수 식품인 계란 소비자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구성사업자 간 가격 경쟁을 제한한 산란계협회에 향후 금지명령 및 구성사업자에 대한 법 위반 사실 통지명령, 임직원 교육명령 등이 담긴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 국장은 "이번 조치는 계란 산지 거래에서 사업자단체 주도로 진행돼 온 가격 담합을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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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협회는 정부가 계란 시장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반박한다. 기준가격 인상은 생산비 외 선별, 세척, 살균, 포장 비용 상승 등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에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산란계협회 관계자는 "담합 판단의 증거가 부족하고 부당이득과 소비자 피해 산정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