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표번호로 온 피싱…통신사·문자업체 직원 무더기 검거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온 피싱…통신사·문자업체 직원 무더기 검거

이현수 기자
2026.05.14 12:00
A 통신사 관리자 C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A 통신사 관리자 C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신망이나 문자 발송 서비스를 제공한 통신사·문자발송 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A 통신사와 문자발송 서비스 B 업체 등 19개 업체 관계자 39명을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 통신사를 통해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18건의 금융기관 사칭 음성광고가 발송됐다. 이 광고로 41명이 94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A 통신사 관리자 C씨는 발신번호를 임의로 입력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범행에 가담했다. 피싱 조직에 관리 계정을 넘겨줘 조직원들이 통신망에 원격으로 접속해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피싱 조직은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번호를 표시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카드 발급이 완료됐다', '최저 3% 대환 및 1억원 추가 대출 가능' 등 내용의 음성 광고를 보내 실제 금융기관 연락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C씨는 과거에도 피싱 조직에 통신망을 제공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 기관 점검 시에는 서버 해킹으로 광고가 발송됐다고 속이며 제재를 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카드 결제 사칭·구직 사칭…'피싱 미끼 문자'도
B 업체 등 문자발송 서비스 업체에서 발송된 피싱 미끼문자 내용./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B 업체 등 문자발송 서비스 업체에서 발송된 피싱 미끼문자 내용./사진제공=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B 업체 등 문자발송 서비스 업체 18곳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억8000만건의 피싱 미끼 문자가 발송됐다. 이로 인해 42명이 86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B 업체 대표 D씨는 피싱 조직이 카드 결제 사칭, 팀미션 이용 구인·구직 사칭 등 미끼 문자를 범행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문자 발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찰은 캄보디아에 장기 체류하던 D씨에 대해 적색 수배를 내리고 귀국 직후 체포했다. D씨는 해외 체류 중에도 문자 발송 사이트를 계속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금융기관 대표번호를 사칭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에 통신사 관리자 등이 가담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계좌 추적과 통화내역 분석을 통해 관련 업체들을 특정했다. 이후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62차례 진행해 발신번호 조작 내역과 미끼문자 발송 기록, 피싱조직과의 대화 내용 등을 확보했다.

또 D씨 등 피의자들이 취득한 범죄수익 89억2000만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전액 인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표번호로 전화가 오더라도 반드시 해당 금융기관이나 카드사에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싱범죄의 출발 단계인 미끼광고 발송을 차단하고 관련업자를 끝까지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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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사회부 사건팀 이현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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