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집·닭발집도 "'두쫀쿠' 팔아요"…폐업 몰린 사장님들 동아줄 됐다

차현아 기자
2026.01.25 05:20

[MT리포트] 'K두바이'에 빠진 대한민국③식품업계, 너도나도 '두쫀쿠' 열풍 가세

[편집자주] 대한민국 외식업계가 낯선 중동 나라의 디저트 '두바이 초콜릿'에 빠졌다. 현지에도 없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등장하더니 소금빵, 붕어빵을 넘어 김밥에까지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가 침투했다. 품귀현상에 두쫀쿠 성지를 망라한 '두쫀쿠 맵'이 등장하고 주요 식품기업은 앞다퉈 유사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에 올라탔다. 단순 간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 현상으로 진화한 'K두바이' 열풍을 통해 국내 외식업계의 성공 공식을 살펴보고 '포스트 두바이'의 조건을 짚어봤다.
(왼쪽부터) 서울 양천구 염창동에 위치한 한 이불가게 전면 모습, 금호동 닭발집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홍보글./사진=커뮤니티 갈무리

"투자비 크게 안 드는데 인기 폭발이면 당연히 해야죠. 지금은 뭐라도 팔아야 할 때 입니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이다. 본업과 무관하게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만들어 파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는 한 사장의 하소연에 달린 댓글이다. 실제 두쫀쿠 열풍에 디저트 카페는 물론 본업과는 무관한 이불집, 닭발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파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울 양천구 염창역 인근 이불집 전면에 '두바이쫀득쿠키 안에 있어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사진이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서울 금호동의 한 닭발집 역시 두쫀쿠를 판매한다고 당근마켓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중식, 일식 등 정통요리를 비롯해 국밥, 돈가스, 곱창, 장어 등 각종 외식업종 뿐 아니라 철물점같은 이종 자영업자까지 두쫀쿠 열풍에 올라타는 모양새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쫀쿠 열풍은 고사 직전에 내몰린 국내 자영업자들의 고단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과 경기 불황 속 줄폐업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유행 아이템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행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2019년 85만3000명에서 2023년 91만1000명, 2024년 92만5000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경기불황과 시장 포화로 성장의 벽에 부딪혔던 식품기업들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두쫀쿠를 필두로 한 신규 트렌드에 편승해 반짝 특수 잡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출시한 카다이프 쫀득볼에 이어 새로운 두바이식 디저트 '두바이식 카다이크 뚱카롱'을 선보였다. 점포 당 주문 물량을 제한하는 등 두바이 디저트 인기에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두바이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것이다.

제품 품귀현상에 원재료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CU는 지난 19일 '두바이식 초코 쿠키' 가격을 종전 3600원에서 4300원으로 700원(19.4%) 올렸다. '두바이 쫀득 마카롱'은 기존 3200원에서 3700원으로 500원(15.6%), '두바이 쫀득 찹쌀떡'은 3100원에서 3500원으로 400원(12.9%) 인상했다. 실제 두쫀쿠의 주요 재료인 볶은 카다이프 가격은 5kg 기준 유행 전 4만~7만원대에서 최근 14만원대까지 올랐다. 탈각 피스타치오 가격은 1kg당 4만원대에서 10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주요 식품유통 기업들이 출시·판매 중인 '두바이' 관련 제품/그래픽=이지혜

문제는 트렌드 유효기간이다. 앞서 탕후루 열풍 처럼 우후죽순 생겨났던 프랜차이즈들이 유행이 사그라들자마자 줄폐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두쫀쿠 열풍은 프랜차이즈화보단 개별 자영업자들이 기존 판매 제품에 두쫀쿠를 얹어 파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식품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SNS를 타고 확산되는 새롭고 특이한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커졌지만 유행의 생명력이 워낙 짧아 제품 개발과 투자에 나서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개발 주기를 단축하거나 SNS 참여형 콘텐츠로 이용자 참여를 늘리는 등 트렌드 뒷북을 피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두쫀쿠 유사 제품을 출시한 한 기업 관계자는 "트렌드성 제품은 기획단계부터 출시까지 통상 수개월 내 짧은 기간 내 진행된다"면서도 "단순 유행 보다는 실제 매장에서 구현 가능하고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점 트렌드가 빨라지다보니 출시 결정에 애를 먹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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