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전 경기 파주시 웅진프리드라이프 장례지도사교육원. '염습' 실습이 진행 중인 강의실엔 천이 스치는 소리와 매듭을 조이면서 새어 나오는 기합만 들렸다. 마네킹을 대상으로 한 실습이지만 수강생들의 절제된 움직임에서 장례지도사란 꿈을 향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염습은 고인에게 수의를 입히고 그 위에 염포·멱목 등을 감싸 마지막 인사를 하는 가장 예를 갖춰야 할 최종 단계다. 실제 1시간 정도 걸리는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에 실습 때도 이에 준하는 시간을 할애한다. 실습 중에 수강생들이 놓친 부분을 냉철하게 가르치는 강사들의 모습에선 비장함이 전해졌다.
현장에서 눈에 띈 건 전체 수강생의 70% 이상을 차지한 'MZ 청년들'이었다. 어렵고 힘들 것이란 주변의 만류와 고정관념을 이겨내고 이들이 '죽음을 다루는 직업'을 택한 덴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개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부터 현실적인 이유까지 모두 제각각이었다.
정규화씨(남·27)는 10년간 코트를 누비며 엘리트 농구선수를 꿈꿨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운구차 운전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장례지도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씨는 장례지도사를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비유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도 중심을 잡고 사람들을 돕는 직업"이라며 "프로선수가 되고자 했던 마음가짐 그대로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간 백마부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한 홍윤석씨(남·36)는 과감하게 군복을 벗었다. 5년 후면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내와 1년간 고민한 끝에 장례지도사의 길을 택했다. 그는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 정신으로 배우고 있다"며 "유가족들에게 삶을 새롭게 살아가는 '희망'을 심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밖에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남겨진 사람을 돕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가 장례지도사의 꿈을 갖게 된 마지민씨(여·26) 등 수강생들은 각자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치열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지만 공통으로 주목한 포인트도 있다. 직업의 가치뿐 아니라 '현실적 만족도'가 높았다. 정년 없이 오래 일할 수 있고 개인의 전문성과 역량에 따라 높은 보수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미래를 그리는 청년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현장에서 체감한 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장례지도사 자격증 발급 건수는 2020년 1602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지난해 2947건까지 회복됐다. 5년 사이 약 84%나 늘었다.
상조업계는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엔 마을 공동체나 친척이 장례를 도와주는 문화가 있었지만 점차 핵가족화되고 장례 절차에 대한 지식도 희미해지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현장의 베테랑들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교육원 강사인 장형석 웅진프리드라이프 의전지도사는 "섬세한 감정을 케어해야 하기에 기계나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다는 안정감이 있다"며 "장례의 형태가 바뀔 수는 있지만 장례지도사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조업계에 대한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최근 업계 최초로 선수금 3조원을 돌파했다. 산업 규모가 커지고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장례지도사에 대한 평가도 '유망한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2월 개원한 웅진프리드라이프 장례지도사교육원은 8주(300시간) 동안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한다. 수료 후 다양한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으로 연계되는 구조도 갖췄다. 2기 수강생의 입학 경쟁률은 이달 중순 수료를 앞둔 1기(1.5대 1)를 넘어 2대 1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