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을 진행 중인 홈플러스에서 이미 5000명가량의 임직원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하림그룹과 기업형슈퍼마켓(SSM) 익스프레스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대금 납입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자금난은 심화하고 있다.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하고, 납품 대금 미정산으로 제품 공급도 끊겨 점포 매대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약 2만명이었던 홈플러스 직원은 최근 1만5000여명으로 축소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과 운영 중단 점포 증가, 정년 도래 인력 순감이 동시에 발생되면서 임직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추가 인력 감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 직후인 지난 8일 2차 구조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운영 효율성이 낮은 37개 점포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해당 점포 직원에겐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근속 희망자는 타점포 전환 배치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도 상당 수 임직원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스프레스 매각이 최종 확정되면 약 2000명의 직원이 NS홈쇼핑으로 소속을 옮기게 된다. 이럴 경우 홈플러스 직원 수는 1만여명을 밑돌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홈플러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약 12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나, 실제 회사로 자금이 들어오려면 약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에 매각 대금을 담보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승인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메리츠는 대출이 승인되려면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매각 대금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DIP 대출 이행 보증은 배임 방지와 주주 설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김광일 대표를 보증인으로 내세웠지만, 메리츠는 MBK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요구한다. 양 측은 수 개월째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협상 타결이 녹록지 않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 시 약 4조8000억원대 부동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자인 메리츠그룹은 현재 담보로 잡은 62개 점포의 부동산 가치가 1조5000억원대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반박한다.
홈플러스에 대한 자금 지원이 지연되면 현재 영업 중인 67개점 중 일부도 추가로 영업 중단을 해야하며, 최악의 경우 모든 점포의 영업 중단과 임시 휴업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마지막 남은 '재매각' 카드를 꺼냈다. 지난 25일 남아있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사업도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황이 침체한 데다 의무휴업일 등 영업규제로 실적 개선이 어려워 새 주인 찾기에 험로가 예상된다. 앞서 홈플러스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쿠팡, 이마트, 롯데마트, GS리테일 등 유통 대기업들은 이번에도 인수 의사가 없단 입장을 밝혔다.
회사 노조의 반발도 거세졌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1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정상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약 1년간 지속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대상으로 정상화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노조는 "정부와 민주당의 방관 속에 회사가 청산 위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암코 제3자 관리인 참여 △긴급운영자금 지원 대책 △사모펀드 규제 입법 등을 촉구한다.
업계에선 노조의 이런 행보가 M&A 성사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M&A가 성사되기 어려운 건 매각 대금이 아니라 고용 보장 조건과 노조 리스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