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공룡 품에 안긴 인디 브랜드…성패 갈린 이유는

유예림 기자
2026.06.03 06:00

"잘 나가던 브랜드였는데 인수 후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업계에서 인디 브랜드 인수합병이 활발해진 가운데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의 자금력과 유통망을 발판 삼아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인수 이후 정체성을 잃고 존재감이 약해진 경우도 적지 않다.

2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인디 브랜드의 독립성 보장이 M&A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뷰티시장 포화 속에서 인디 브랜드의 경쟁력이 상품을 넘어 창업자 철학과 브랜드 감성에서 나오는 만큼 대기업 품에 안긴 뒤에도 브랜드의 고유 DNA를 잃지 않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성공공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뷰티기업들은 인디 브랜드를 인수한 뒤 독자적인 경영을 보장해주고 해외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일례로 2023년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로 편입된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는 일본, 미국 등 해외 무대를 넓히고 있다. 2021년 지분 투자 이후 양사가 공동 개발한 제품은 해외에서 성과를 냈다. 코스알엑스의 역량에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노하우를 더해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은 2023년 메이크업 브랜드 '힌스'의 운영사 비바웨이브의 지분을 인수했다. 마찬가지로 비바웨이브에서 독립 경영 형태로 사업하고 있다. 일본을 핵심 시장으로 삼고 지난해 상반기 현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성과를 냈다. 북미, 동남아시아 등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4년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거뒀고 올해는 북미, 동유럽, 태국 등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공통점은 대기업 색채가 묻지 않도록 인디 브랜드의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이라며 "트렌드 변화와 호흡이 빠른 뷰티업계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즉각 적용할 수 있도록 개입을 줄이고 지원하는 동반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디 브랜드들이 대기업에 편입된 뒤 존재감이 약해진 사례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스티로더가 2019년 인수한 국내 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가 꼽힌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당시 인수액 약 1조3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뷰티기업 중 시가총액 2위인 에스티로더가 글로벌 뷰티 공룡으로서 K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기대만큼 몸값을 키워내지 못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시가총액 1위 뷰티기업 로레알이 2018년 인수한 국내 뷰티 브랜드 '3CE'도 비슷하다. 로레알은 국내 패션쇼핑몰 '스타일난다'의 3CE를 사들인 뒤 이듬해 매출이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국내 사업을 철수할 거란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디 뷰티 브랜드 M&A는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문화를 사는 것"이라며 "감성과 문화를 소비하는 산업이라 인수 후 개입이 과해지면 고객 이탈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기업의 기존 해외 유통망을 활용하게끔 돕거나 마케팅 역량과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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