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와인일수록 병을 딴 뒤 고민이 깊어진다. 한 병을 전부 비우기엔 부담스럽지만, 코르크를 연 뒤 남기면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마시고 싶은 고급 와인은 계속 아껴두고 당장 다 마실 수 있는 와인을 고르게 되는 이유다. 고가 와인의 경우 가격이 수 백만원에서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엔 술을 가볍게 즐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식에 맞춰 한 잔만 맛보는 '잔술'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나온 와인 보존 시스템이 바로 '코라빈'이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가 국내에 독점 수입·판매하는 코라빈은 코르크를 뽑지 않고 얇은 바늘(니들)을 찔러 와인을 추출한 뒤 빠져나간 용량만큼 비활성 가스를 채워 넣는 기구다. 병 내부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아 와인을 가볍게 한 잔만 즐기면서도 산화를 막아준다.
25일 아영FBC에 따르면 코라빈은 최근 국내 파인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 와인바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레스토랑에서는 아직 병 단위 주문이 많긴 하지만, 취향에 맞춰 여러 와인을 가볍게 맛보려는 소비자 역시 증가하면서다. 실제 아영FBC가 직영 매장에서 월 별 테마로 글라스 와인 경험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인 '한 잔의 서울'을 통해 최근 1년 간 6000잔 이상이 판매되기도 했다.
글라스 와인을 다루는 레스토랑에서도 관심이 많다. 잔 단위 판매가 늘수록 남은 와인이 산화될 위험이 커지는데 코라빈을 활용하면 산화로 와인을 버리는 위험을 줄일 수 있어서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 와인 생산자와 전문가, 미슐랭 레스토랑, 와인바 등에서 활용 중이다.
제품군은 용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타임리스' 시리즈 가격은 '타임리스 3+'가 48만원, 최상급 모델인 '타임리스 6+'가 57만9000원이다. 타임리스 6+를 이용하면 와인 보관과 관리가 잘 될 경우 코르크를 따지 않고도 3년 이상 마실 수 있다.
스토퍼(밀봉 마개) 제품인 '코라빈 피봇' 시리즈도 있다. '타임리스' 시리즈처럼 코르크에 바늘을 꽂아 추출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와인을 따르는 동시에 병 내부에 순수 질소 가스를 채워 넣는 원리는 같다. 스토퍼와 가스가 산소 접촉을 차단해 개봉 후에도 최대 4주간 첫 맛을 유지해 준다. 코라빈 피봇 플러스 가격은 23만9000원이다.
스파클링 와인 전용 스토퍼인 '코라빈 스파클링'(67만9000원)도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와 맛을 오래 유지해 주는 제품이다. 글로벌 샴페인 기업 모엣 헤네시와 8년간 연구·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졌다. 보존용 가스 캡슐로 탄산가스를 주입해 개봉 후에도 최대 4주간 기포와 신선도를 처음 상태 그대로 지켜준다.
사용 편의성도 갖췄다. 적정 압력에 도달하면 가스 주입을 자동으로 중단하는 내부 조절 장치와 충전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는 압력 표시기가 탑재됐다. 전용 밀봉 마개(스토퍼)는 모든 병 사이즈와 호환되며 마개 위에 기기를 대고 누르기만 하면 가스가 주입되는 직관적인 방식을 적용했다. 캡슐 1개당 스파클링 와인 7병까지 보존할 수 있다.
아영FBC 관계자는 "최근 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식전주나 각 음식에 맞는 페어링 등 한 잔씩만 자연스럽게 잔술 문화가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