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 행정사건을 현행 2심제에서 3심제로 개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불복의 소를 서울고등법원(항소심, 2심)에 제기하도록 규정해 공정위 처분을 사실상 1심 판결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서울행정법원 또는 대전지방법원(1심 법원)으로 고쳐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3심제를 공정위 처분을 받는 피심자들에게도 공정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이와 관련된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됐지만 공정위 반발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모두 없던 일이 됐다. 당시 황 의원은 "공정위가 조사기관과 심판기관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문제점이 있고, 대법원의 경우 법률심만을 담당해 사실 심리는 서울고법에서 한 번만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며 "피심인의 재판받을 권리가 공정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8년 서울행정법원이 개원하면서 대부분의 행정 사건은 2심제에서 3심제로 변경됐다.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강화하고 법원의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유독 공정거래 사건만 2심제다. 공정위의 전문성과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지만 소추기관과 심판기관이 동일한 현 제도는, 법원의 사법 절차와 비교할 때 문제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의 막강한 권한이 '엄벌행정'의 근원이란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 관계자(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사실상 1심 판결을 하는 공정위를 상대로 기업들과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공정위가 행정처분을 내린 당사자인데 이에 불복하는 심판절차까지 맡는 것은 검찰관과 재판관의 역할을 겸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기업의 위법 혐의를 조사하는 동시에 사건을 심의하고, 제재 여부와 수준을 결정하며 경우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담당하다 보니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일반인들은 '법원의 최종판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행정기관이 사실상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생기는 착각이다.
금융당국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다른 사정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와 제재 절차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금융회사에는 상당한 압박이 발생한다. 여기에 과징금뿐 아니라 기관경고, 영업 일부 제한, 임직원 문책 등 각종 제재가 뒤따를 경우 경영진에게 미치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이 금융회사는 일반 기업보다 금융당국의 감독과 인허가에 크게 의존한다. 때문에 감독당국의 제재 절차 자체가 상당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행정제재이니 형벌과 다르다'는 법률적 구분과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효과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생기는 이유다.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은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이 분리돼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혐의를 수사한다고 해서 그 기관이 최종적으로 유죄 여부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된 법원이 증거와 주장을 다시 살펴 판단한다. 반면 공정위 사건에선 조사 단계부터 심의·의결에 이르는 상당 부분을 하나의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리한다. 공정위가 행정부처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다.
이렇다보니 공정위가 특정 기업에 과징금을 비롯해 제재를 가하더라도 나중에 행정소송을 통해 무죄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임직원 징계는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후에 결과가 바뀌어도 유죄로 낙인이 찍힌다. 그 사이 기업 주가와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2~3년 후 소송에서 이겨도 그동안 발생한 손실은 회복하기 어렵다.
국세청 등 행정기관은 행정 처분 이후 1심 행정 소송을 제기하기 이전에 행정심판과 조세심판을 통해 처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행정 처분은 제대로 된 심판기능이 없어 그 공정성과 신뢰성이 낮음에도 1심 판결의 효력을 갖고 있다. 1심을 거치지 않고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퉈야 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똑같이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2심제를 적용했던 일본은 2013년 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을 개정했다. 공정위의 처분 불복 소송의 관할을 기존 도쿄고등재판소에서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로 변경하는 등 3심제로 바꾼 것이다.
법원은 수차례 변론 기일에 여러 차례의 주장과 반박이 이어진다. 반면 공정위의 심의절차는 대부분 1회의 심의 기일에 피심인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곧바로 결정을 한다. 피심인의 의견진술과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일한 기관이 심의 의결 권한을 행사하는 이상 피심인과 공정위간 대등한 당사자 지위가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심인은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 침해 우려와 공정위의 중립성과 공정성 부족 가능성, 다른 행정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공정위도 조사 기능과 심의 기능을 완벽히 분리하고 2심제를 3심제로 전환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기태 전 사법정책연구원장(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사실 인정과 평가가 뒤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번의 사실심 구조는 약점이 많다"며 "자체 심사는 내부적 절차일 뿐인데 이것을 사법심사와 동일시하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정위를 2심제에 가둬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