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공무원 사회의 구태의연한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2014년 1월, 정홍원 총리)
꼭 1년 전 이맘때 였다. 다들 한 해의 희망을 이야기 하며 힘찬 출발을 다짐할 때 관가(官街)는 정반대로 얼어 붙고 있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총리실발(發) '인사한파' 때문으로 당시 총리실 1급 10명 전원이 사표를 요구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종청사는 물론 공직사회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졌 들었다.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총리실의 대규모 물갈이를 시작으로, 다른 경제·사회부처에서도 국·실장급 간부들에 대한 사직서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다. 곳곳에서 "국정운영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면서 고작 생각해 낸게 구태를 답습하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무원들도 크게 동요했다.
관가에서는 당시 총리실 1급들의 사표제출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교감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겠냐며 '기획 박근혜, 감독 정홍원'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작품'은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분위기 쇄신'을 넘어 공직사회가 요동치자 급기야 청와대가 나섰다. "지금은 내각이 힘을 모아 국정을 수행해야 할 때다. 인적쇄신은 없다"고 해명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돌아보면, 집권 2년차를 맞는 시점에서 나름 명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정 감독'의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결국 '관객(공무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쫓겨나다시피 한 총리실 1급중 일부 인사는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 복귀, '친정 동네'(정부세종청사)에서 맹활약중이다.
국정 쇄신을 위해 정말 공직사회의 변화가 필요했다면 당사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좀 더 기울였을 수는 없었을까. 그랬다면 감독도 살고, 기획자도 빛이 났을 것이다. 소통의 리더십이 아쉬운 대목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다시 '1년 전'의 일을 복기해 보는 이유는 정 총리에게 주어진 국정운영의 책임이 그때도, 지금도 무겁기 때문이다.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이는 그의 소통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의 일만 해도 그렇다. 정 총리는 지난 달 말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참여하는 '3인협의체' 첫 만남을 갖고 보다 적극적인 국정조율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의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당일 '3인협의체' 모임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 기자는 물론 사진 기자들에게까지 이 만남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때도 출입기자들에게 모두 발언 취재와 사진 촬영이 허가되지만 정 총리는 이를 외면했다.
대언론 관계도 심각하다. 청와대나 각 부처와 달리 총리실에서는 지난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가 없었다. 바쁜 총리의 일정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1년전 간담회의 경험을 고려할 때)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간담회를 생략한 게 정말 '소통'을 중시하는 정 총리의 뜻이었는 지 궁금하다. 새해가 밝았지만 지금까지도 정 총리와 기자들과의 만남은 없다.
이 와중에 지난 연말정국을 거치면서 정 총리의 '롱런(long run)'이 점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최근 면담에서 '유임'과 관련된 언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새해 들어 정 총리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나는 것도 알고보면 다 이유가 있었다.
정 총리의 유례없는 '관운(官運)'이 개인의 영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역시 중요한 건 구성원과, 언론과, 국민과의 '소통'이다. 총리 스스로도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홍보 전사가 돼 달라"고 주문한 걸 보면 '소통'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는 듯 하다. 상대방이 공감하는 소통, 2015년 청양의 해를 맞아 정 총리에게 거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