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이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가치로운 자원은 특정집단의 사람에게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우리는 불평등이라 부른다. 불평등은 인간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부를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늘 논란거리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 피케티는 ‘자본/소득의 비율’(베타값)의 역사적 흐름을 분석해 불평등 정도를 가늠한다. 사회에서 생산된 것(소득) 중 부로 쌓이는 자본의 총량비율을 가지고 피케티는 불평등 정도를 잰다.
통계자료가 잘 갖추어진 영국과 프랑스를 사례로 분석한 결과 그는 지난 300여년 간 두 나라에서 베타값이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즉 18, 19세기까지 총자본의 크기(부의 총량)는 국민소득의 6~7배였지만 20세기 대공황과 1, 2차대전을 거치 뒤인 1950년 무렵 2~3배로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올라 2010년엔 5~6배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 세기 동안 두 나라의 베타값 움직임은 거의 비슷한 ‘U’자 곡선을 그렸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다른 나라의 분석에서도 U패턴은 대동소이하게 확인되었다. 여기서 피케티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소득 대비 자본(부)의 총량배수가 늘 일정수준을 유지하면서 변한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부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자본의 형태는 줄곧 변해왔다는 사실이다. 가령 18, 19세기 토지자본은 현재 부동산자본, 기업과 정부기관이 투자한 사업자본, 금융자본 등의 형태로 바뀌어 있다. 그러나 부의 속성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분석에서 보여주는 흥미로운 것은 21세기 유럽의 베타값(6, 7)이 18세기, 19세기 수준에 근접해간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1910~1950년 베타값(2, 3)이 최저였다. 공황, 전쟁 등의 영향이 있었지만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예, 임대료, 금융통제 등)가 주된 이유였다. 이에 견주어 1970년 이후 베타값이 빠르게 오른 것은 유럽의 경우 저성장체제로의 회귀 때문이라는 게 피케티의 1차적 설명이다. 저성장으로 인해 소득증가는 둔화되는 반면 민간자본이 쌓아가는 부는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늘고 있다. 민간자본의 부가 급격히 커지면서 국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이들 국가의 친자본적인 정책(민영화, 탈규제 등) 덕분이다. 민간자본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이 현상을 피케티는 ‘자본의 귀환’이라 부른다. 20세기 중반까지 다양한 규제로 묶여있던 자본이 무대의 전면으로 돌아온 것이다.
1970~2010년 기간으로 한정해보면 대부분 부유한 국가에서 ‘소득 대비 자본총량’의 비중이 올랐다. 1970년대 초 부채를 뺀 민간 부의 총액은 국민소득의 2~3.5배였지만 40년 뒤인 2010년엔 4~5배로 증가했다. 나라에 따라 부동산붐, 주식붐, 인터넷붐과 함께 이의 (거품)붕괴가 있었지만 1970년 이후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민간자본이 강력히 회복되고 있다. 자본의 귀환으로 자본/소득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21세기 지금은 20세기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피케티는 자본/소득비율이 전세계적으로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성장률은 현재 연간 3%에서 21세기 후반 1.5%로 떨어지고 저축률은 10%로 둔화될 것이라 한다.
이런 조건으로 볼 때 세계의 자본/소득비율은 계속 커져 21세기 끝나기 전에 700%에 도달할 것이라 한다. 부의 집중도(불평등) 면에서 2100년의 세계는 18, 19세기 유럽의 상황과 비슷해진다. 세계는 지금 자본주의 초기에 경험한 부의 심한 편중, 즉 높은 수준의 부의 불평등 상태로 돌아가는 중이다. 여기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보수정권의 전방위적인 친자본적 정책은 ‘자본의 귀환’을 더욱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