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I(Corporate Favorite Index)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기업호감지수다. 이는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기업의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제 경쟁력, 사회공헌 등 5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합산해 산정한다. 10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높은 것이고 0점에 가까우면 호감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한다.
이 CFI가 2004년 이후 1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달간 전화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기업호감지수는 100점 만점에 44.7점으로 집계됐다. 2004년 하반기 기업호감도(44.4) 이후 최악이다. 왜 우리 국민의 자국 기업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일까.
그 기저에 일부 기업들의 잘못이 없지는 않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에 연루돼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일도 적지 않기에 국민들의 이 같은 평가에 기업들이 발끈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방적인 비난이나 폄하·단죄가 아닌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 어린 충고가 있다면 기업들도 이런 평가에 낙담만 하고 있지는 않을 듯하다.
지난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회장과 만났을 때의 일이다. 박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변하고 있으니 의도자체를 나쁘게 보지 말고 애정을 갖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200년 이상의 산업화 과정을 거친 서구 열강들과 달리 우리 기업은 50년, 60년 남짓한 기업 역사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의 부를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내적 성숙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것이었다.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몸이 성장하는 만큼 내적으로 더 성장하지 못한 것을 이제 깨우쳤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자정적인 노력에 의해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얘기였다.
기업들이 변하지 않겠다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빨리 변할 것이라는 것을 박 회장은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박 회장의 마음과 달리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평가는 더 냉정하고 가혹하다.
과거를 매듭짓고 가야하는 상황에서도 늘 과거의 잘못에 발목 잡혀 한치 앞으로 나가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누구누구법'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법의 판단을 받은 사실들에 대해서도 '특별법'으로 기업인을 단죄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국민과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 그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했던 정경유착의 관행에 대해서도 반성한다. 그리고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를 '원죄'로 낙인찍어 일이 있을 때마다 이를 끄집어낸다. 그러면서도 국내 기업들과 경쟁하는 외국기업들에 대해서는 희한할 정도로 관대하다.
일례로 외국기업인 A사가 애프트서비스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회사는 원래 그런 정책을 갖고 있다고 수긍해주는 네티즌들도, 국내 B사가 그렇게 하면 '국민을 봉으로 본다'며 뭇매를 때리곤 한다.
일방적인 반기업정서는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과거와의 명확한 단절을 선언하고, 새 출발이 필요한 시기다.
반기업정서에 휩쌓인 저주가 아니라 긍정적 변화를 이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분풀이식 반기업정서가 만연할 경우 기업할 의욕을 잃은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반기업정서의 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