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요금인하는 통신정책이 될 수 없다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2015.04.29 05:44

아이의 폰 액정이 깨졌다. 중학교 1학년이 돼 처음 사용한 스마트폰은 내가 1년 반쯤 쓰던 ‘갤럭시노트2’였으니 무려 3년 넘게 쓴 셈이다. 엄마가 쓰던 폰을 오래 써 기특하기도 해 새 폰을 주기로 했다. 물론 최신 폰은 안 된다. 출시된 지 1년쯤 된 새 단말기(아이 역시 ‘구형폰’이라고 입을 내밀었지만)를 사 기기변경을 해주었다.

3만4000원 요금제에 부가세 3400원. 2년 사용을 약속하자 요금 7700원을 할인받았다. 월 요금은 2만9700원. “고객님, 추가 할인이 있습니다.” 대리점 직원이 내심 기다리던 말을 한다. 바뀐 제도(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로 요금을 20% 추가 할인받았다. 아이는 3만4천원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2만3760원에 쓸 수 있게 됐다.

통신사에겐 난 ‘밉상’ 고객이다. 단말기도 사오고(통신사 매출에 도움이 안 된다), 요금할인도 받을 만큼 받았다. 전체 요금 기준 무려 30% 선이다. 이제는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차례. “좋네. 근데 뭐 1만 원 정도로….” 가족의 월 가계통신비 전체 씀씀이에서(연간 통신비의 수 십 배가 넘는 단말기 가격은 일부러 제외했다.) 아이의 통신비 월 1만 원 절약은 시쳇말로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정책 입안자들은 서운할 게다. '고마움을 모르는 국민이로고!'

최근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라는 상품을 내놨다. 구글이 새롭게 개발한 심카드를 구글의 ‘넥서스 6’에 넣으면 된다. 이 단말기는 구글이 사전에 계약한 두 개 통신사의 네트워크 중 신호가 더 센 기지국의 전파를 잡는다. 한 달에 20달러 정도로 음성과 문자는 맘대로 쓴다. 데이터 서비스는 1기가바이트(GB) 당 10달러, 2GB는 20달러 정도다.

우리 돈으로 약 2만1482원쯤 되는 2GB 상품과 아이의 상품을 비교해봤다. 아이는 음성도 문자도 제한되고 데이터 서비스는 500메가바이트로(MB)로 절반이다. 물론 아이는 안정된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프로젝트 파이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글이 이 서비스를 한국에서 한다고 나선다면, 쌍수 들어 환영할 수만은 없다. 직업병이겠지만 산업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을 외국 사업자가 가져가는 일도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이 요금제의 핵심은 ‘데이터 중심’ 그리고 쓴 만큼 내는 ‘종량제’다. 음성, 문자는 무료, 데이터는 1GB 단위로 잘게 쪼갰다. 심지어 다 못 쓰면 남은 데이터에 해당하는 비용을 돌려준다.

국내에서 데이터 종량제는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유선인터넷은 아직도 정액제다. 이동통신의 데이터 사용도 엄밀히 100% 종량제가 아니다. 종량제는 언급하는 순간 벌집을 쑤신 듯 난리다. 정부도 사업자도 목소리 큰 이용자 눈치만 본다. 6만~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는 이들만 유리한 통신 요금 구조의 고착화, 소량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시장을 그냥 두고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통신사업자는 스스로 변할 수 없다. 그들을 비하하거나 혹은 두둔하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시장이 그렇다는 거다. 미국 통신사가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직접’ 할 이유가 ‘아직’ 없는 것처럼 한국 통신사도 그렇다.

통신사는 언제 변할까. ‘종량제’를 반대하는 소비자, ‘호갱님’을 자기 필요에 따라 만들어내는 언론, 세기가 변해도 묵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요금 깎는 데만 집중하는 정부. 적어도 이 조건에서 그들은 스스로 변할 이유가 없다. 특히 정책의 무게중심, 출발점이 ‘요금 인하’에 있는 한 답을 찾기 더 어려울 거다.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인위적인 요금인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리 고심해 만든 20% 할인율. 미국에선 구글 같은 기업이 한 방에 해결하지 않는가. 요금인하 정책은 더는 통신정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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