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중국이 하자고 안 하면 굳이 우리가 나서서 요구할 필요는 없죠."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7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만난 한 환경부 고위 공무원의 말이다. 국내 연안의 중국발 해양쓰레기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번 3국간 회의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대부분의 해양쓰레기는 결국 일본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공론화 시켜봐야 '긁어 부스럼'이라는 취지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질적인 해양쓰레기 처리를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수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우리는 외교적으로 중립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으로, 말하자면 본전"이라고 설명했다. 3국 환경장관회의를 통해 도출된 3국간 '해양쓰레기 관련 실무자간 워크숍' 개최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선언적인 행동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양쓰레기 문제에서 일본을 의식하고 있지만, 정작 고려해야 할 것은 중국으로부터 흘러오는 쓰레기로 인한 우리측 피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연간 18만톤 가량으로, 이 가운데 수거되는 비율은 약 절반에 불과하다. 2011년 국내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7만6807톤이었지만, 수거량은 9만7609톤에 그쳤다.
국내의 자체적인 해양쓰레기 처리 노력만으로는 완벽한 정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은 약 88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 전 세계 배출량의 27.7%를 차지했다.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해양쓰레기 배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양환경 분야의 한 전문가는 "국내의 감축 노력만 진행하기 보다는,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때가 왔다"며 "일본에서 요구하는 국내 발생분의 감축 노력을 이행하는 동시에, 중국 측에 요구할 부분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환경 정책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도 취임 이후 줄곧 환경 정책은 긴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그럼에도 해양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이해관계를 넘어, 깨끗한 바다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