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통신시장에 대해 안다고 한 마디씩 거드는 이들이라면 ‘3강구도 고착화’부터 시작할 거다. 이 말에는 ‘경쟁력 없다’ ‘소비자가 봉’ ‘기업만 배 불린다’는 의미가 암묵적으로 깔렸다. 문제점을 열심히 지적하지 않는 언론도, 그 시장을 깨부수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 정부도 참 나쁘다는 의미를 넣는 이도 적지 않다.
우리 시장에도 무수히 많은 통신사업자가 존재한 과거가 있었다. 그 숫자도 대여섯 개가 아니고 무려 27개였다. 아직도 병원 등에서 사용 중인 무선호출이나 화물차나 택시에서 사용하는 TRS 서비스. 사업 시작 초기에 금세 ‘죽은’ 시티투(폰)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이 그 주인공들이다. 모든 서비스를 ‘수렴’한 이동통신 서비스 영역에서조차 5개 사업자나 존재했었다. 심지어 제2 시내전화 사업자도 선정했다. 모두 1997년 전후에 추진된 정책결과물이었다.
당시 그들이 출현하게 된 배경도 시장경쟁 활성화란 목표였다. 하지만 그 많은 통신사는 시장경쟁은커녕 아주 짧은 시간에 승패가 갈렸다. 유사 기술간 경쟁에서 도태한 게 1차 이유라면 더 근본적으로는 글로벌시장 기준 대비 1~3% 정도밖에 안 되는 내수시장(5000만)의 한계가 더 큰 이유로 꼽혔다. 그들은 무조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했다. 5000만 시장에 27개 통신사라니.
여기에 IMF 외환위기도 한몫했다.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하며 너도나도 덤볐지만 바로 이어진 금융위기에 대기업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매월 꼬박꼬박 현금을 버는 장사라고 기대가 커도, 수조 원에 이르는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감당하며 버틸 능력이 안 됐다. 그런 기업을 인수할 대기업조차 손으로 꼽던 시절이다. 그룹 존립이 위협받던 시기이니 중도 포기가 사는 길이었다. 그리고 10여 년간 통신시장은 유·무선사업을 함께하는 3개 군으로 재편됐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100만원짜리 고가 스마트폰을 쥐는 게 이상하게 취급받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 ‘시장포화’라는 말을 적용한 지도 한참 됐다. 2G(세대) 이용자들이나 3G 이용자들이 4G, 5G라는 좀 더 더 고급스러운 서비스로 옮겨가는 정도다. 그 속도가 초기 서비스 가입자 증가 추이를 따라갈 리 없다.
‘통신시장 고착화’는 누군가 원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대한민국 통신시장의 3강은 애초부터 3강이 아닌 이미 시장구조조정을 크게 겪은 결과물일 뿐이다. 그나마 3강은커녕, 2강이 될 수 있다는 위험 속에 정부는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 대한 지원을 지금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제4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한다면 최소한 두 가지는 따져봐야 한다. 정말 필요한가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촘촘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5G 서비스도 세계 최초로 하게 될 대한민국에 진짜 전국망을 갖춘 네 번째 네트워크 사업자가 필요하냐는 질문이다.
두 번째는 가능한가다. 정부는 과거보다 더 센 각종 지원책을 약속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사업자 출현이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수조 원의 투자를 끝까지 책임질 기업이어야 정책 지원도 합당하다. 사업권을 받고 나서 ‘투자할 수 없으니 배째라. 정책 지원을 약속했으니 정부가 책임지라’는 구호를 경계해야 한다.
당위성에 함몰되지 말자. 5개 사업자가 순식간에 3개가 된 사례를 이미 겪었다. 2만9900원에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요금제가 나왔고 무료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존이 수만 개로 늘어난다. 시장의 한계와 기술의 진화. 목표는 새 사업자 그 자체가 아니라 질 좋은 서비스와 요금경쟁, 무엇보다 이용자의 자유로운 소비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