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경의 날에 생각해 본 생물자원의 소중함

정연만 환경부 차관
2015.06.05 06:30
정연만 환경부 차관./사진=머니투데이 DB

5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 세계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으로 기록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 국제연합(The United Nations, 유엔)이 창설됐다. 당연히 유엔의 핵심기능은 세계안보와 평화유지에 있었다.

1972년은 유엔 역사에서 전환점이 되는 해다. 최초의 국제 환경회의인 '유엔 인간환경회의(CHE)'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성장 일변도의 시대에 자원고갈 문제를 제기해 '성경', '종의 기원' 등과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성장의 한계'가 세상에 나온 해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과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아젠다가 국제사회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유엔은 이 회의 개막일인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날을 1996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여 올해 20돌을 맞았다.

올해 환경의 날 주제는 '생물자원보호, 미래를 위한 배려'다. 왜 생물자원을 보호해야 할까. 평소에 숨 쉬는 공기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듯, 생물자원도 마찬가지다. 인류 탄생 이래로 음식과 옷, 그리고 사는 곳도 생물자원에 의존해 왔는데도 말이다. 날마다 먹는 쌀, 빵의 원료가 되는 밀도 인류 역사 어느 시점에서 우연히 발견된 생물자원인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생물자원의 20%가 먹는 음식으로 활용되고 있고, 매년 세계 제약 산업 수익의 25∼50%에 해당하는 6500억 달러가 생물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호주의 경제학자 로버트 코스탄자는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얻은 식량, 약품, 기후조절, 휴양 등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이익을 한 해에 125조~145조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총회에서 채택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 즉,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 주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하려면 그 당사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김 생산량의 20%, 양파의 80%가 일본품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의 표시인 장미를 수입하는데 매년 80여억원의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하고 있다. 화장품과 의약품도 67%가 해외 생물자원에서 왔다.

생물자원 이용도 공짜가 아닌 '경제재(經濟財)'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0만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4만여종만 발견했을 뿐이다.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발굴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배려가 분명하다.

생물자원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5억년 동안에도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멸종은 6500만년전 공룡의 멸종이다. 그 원인으로는 다양한 설이 있으나,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1900년 만해도 17억명이던 인구는 현재 약 70억명이 됐다.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경제활동도 늘었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산림 황폐화 등으로 서식지를 잃은 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스튜어트 핌 미국 듀크대 교수는 지난해 사이언스지를 통해 현재 생물종 멸종속도가 인간 출현 전보다 무려 1000배 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환경전망보고서'에서 양서류 30%, 포유류 23%가 멸종위기에 처하는 등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도 지금의 산업체제로는 100년 뒤 인류가 생존해 있을지 의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의 대멸종이 환경적 요인이었다면 6번째 대멸종 원인은 인류 자신이란 지적도 되새겨볼 만하다. 환경의 날을 맞아 생물자원의 소중함과 생활 속에서 자연을 보호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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