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넘은 메르스 마케팅…때로는 외면이 정답

엄성원 기자
2015.06.15 15:54

때 아닌 중동발 바이러스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불어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에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파고드는 불안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서로 보듬어주기도 바쁜 이때 불안심리를 자극해 이득을 얻으려는 공포 마케팅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메르스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최신 기술로 메르스 바이러스를 99% 잡는 XX이동식 소독기", "저희 ○○○를 드시면 면역력이 400% 강화돼 메르스로부터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공기청정기, 자외선 살균기부터 마스크, 건강기능식품까지 메르스 공포를 빌린 광고 문구들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 급기야 메르스를 단번에 잡는다는 메르스 주사, 보약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메르스를 악용하는 마케팅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볼모로 한몫 챙겨보겠다는 악덕 상술은 좀체 꺾일 기미가 없다.

불경기에 메르스까지 덮쳐 사면초가 지경에 빠진 소비시장을 생각하면 메르스를 이용하려는 상인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돈이 나올 만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상술의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일단 팔고 보자'식 무책임한 상술이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유통기한이 몇 년이나 지난 손 소독제가 대량으로 판매돼 논란을 일으켰다. 신종 플루 유행 당시 만들어진 제품 재고가 메르스 바람을 타고 다시 등장해 순식간에 팔려나간 것이다. 생산된 지 수년이 지나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재고 소독제는 학원이나 유치원 등으로 흘러들어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엄중 대응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여전히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는 메르스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오픈마켓 사이트 상품 검색란에 '메르스' 3글자를 입력했더니 7000건의 상품이 검색된다. 마스크, 소독제 등 메르스와 관련된 상품도 있지만 음료수, 가구와 같이 과연 메르스와 관련이 있을까 싶은 상품도 부지기수다.

돈을 주고서 까지 일부러 불안을 살 필요는 없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얄퍅한 상술에는 오히려 눈 감고 귀를 막아버리는 게 건강을 지키는 정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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