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중미 6개국 통상장관들이 만나 '한-중미 FTA'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가 그 주인공이다.
'심해'라는 뜻의 온두라스는 콜럼버스가 이곳에 올 때 깊은 해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스페인에서 온 콩키스타도르(정복자)에 의해 '구세주'라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된 엘살바도르는 중미 지역에서 가장 작지만 빽빽한 인구밀도를 가진다. 코스타리카라는 국명은 '부유한 해변'이라는 뜻으로 금장식을 애용하던 원주민들로부터 유래했다. 본래 '물고기가 풍부하다'는 뜻의 파나마는 양 대양을 연결하는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파나마 운하로 세계 해상무역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여섯 나라는 1960년 '중미경제통합기구(SIECA)'를 결성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역내 교역증진에 힘써왔다. 이들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한반도의 두 배가 넘으며 인구 규모로 치면 중남미에서 3위, GDP 규모로는 5위에 해당하여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주로 커피, 사탕수수 줄기, 바나나, 의류, 천연자원 등을 수출하여 우리와는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는다.
비행기로 20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거리에도 우리 섬유기업들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이 지역에 투자해 15만명 가량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이들은 현지의 풍부한 노동력과 미국에 인접한 장점을 이용하여 누구나 알만한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 제품의 상당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과의 FTA는 중미 6개국이 아시아 국가와 체결하는 최초의 FTA로서 우리 기업들의 중미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중미 6개국은 유럽연합, 미국 등과 FTA를 이미 체결해 미국 같은 인접국 뿐 아니라 대서양을 건너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비즈니스 협력도 유망하다.
한국은 지난해 영연방 3개국과의 FTA 체결로 사실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과의 FTA가 마무리됐다. 앞으로 정부는 신흥국들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형 FTA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양측 기업들의 지속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FTA 협상과 병행해 '한-중미 무역과 비즈니스 촉진 작업반'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중미 국가들과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눈여겨볼 것은 화산, 하천, 삼림 등이 가득한 천혜의 자연조건이다.
과테말라는 마야어로 '나무가 많은 곳'을 의미하는 국명에서도 드러나듯 정글 속에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보유한다. 니카라과는 이 지역에 위치한 중미 최대 호수 지대에 살고 있던 원주민 족장명 '니카라오'에 스페인어로 물을 뜻하는 '아구아'가 합쳐진 이름이다. 이미 코스타리카는 올해 전력의 100퍼센트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과 중미 지역의 풍부한 자원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지난 4월 대통령 중남미 순방시 개최된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중소 커피믹스 제조업체 A사가 커피 종주국인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는데, 유사한 성공 사례가 다수 발굴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광복 직후부터 반세기 동안 127억 달러의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1995년 세계은행의 차관졸업과 함께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이제는 이러한 발전의 경험과 노하우를 비즈니스 촉진을 통해 신흥국에 전수하여 개도국 발전에 기여할 때이다. 때마침 중미 6개국에는 대학교 내에 K-POP 동아리가 결성되어 있는 등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한-중미 FTA 협상이 또 다른 '상생형 FTA'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