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구비 자르고 건축비 챙긴 출연연

류준영 기자
2015.07.17 09:51

"미래 개척 자원이 고갈될 처지에 놓였다."

"앞으로 2년 안에 한국과학은 소멸될 것이다."

"젊은 연구인력이 일본 등 해외로 빠져나갈까봐 걱정이다."

정부의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안이 발표되자 즉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관련 기사 댓글란에는 이 같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0일, 2016년 국가 R&D 예산은 올해(12조 9350억원) 보다 2970억원(2.3%)이 줄어든 12조 638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R&D 예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세수 부족으로 R&D 예산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이전부터 불거져 왔던 탓이다.

이날 저녁, 예산안 배분·조정안 심의를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한 민간위원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했다. 기자는 "R&D 투자에 너무 인색한 것 아닌가요"라며 줄어들 미래 성장 기회에 대한 걱정을 전했다.

그러자 이 민간위원은 그간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겪었던 '울화통 일화'를 털어놨다. 당초 예산안 축소 목표치는 2.3%에 3배가 넘는 7.8%였다. 이 기준에 맞춰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내년도 사업 예산계획을 짜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이 위원은 출연연이 제출한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보고 큰 실망감을 맛봤다고 했다. 그는 "예산 활용 계획서를 보니 △원내 주차장 건설 △분원 신축 △기숙사 시설 구축 등 인프라 투자는 그대로 두고, 순수 연구비 예산은 죄다 줄여 왔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위원은 작심발언을 계속 쏟아냈다. "출연연이 제출한 R&D 과제계획서는 그야말로 '신의 보고서'죠. 절대 떨어질 수 없게 만들어 와요. '연구자가 행정에도 도가 텄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대 큰 매력이 없어요. 나중에 이 기술을 삼성·현대에 기술이전 하겠다는 데, 그걸 누가 씁니까."

마이너스 예산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연구 효율성 개선을 위해 출연연 민간화, 통·폐합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다급해야할 출연연은 오히려 느긋해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