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다.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대타협'을 부르짖던 때가 있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기본원칙과 방향에 합의하고, 이듬해 3월까지 우선과제를 논의키로 했었다.
당시 기자들은 협상 진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고용노동부와 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 관계자들을 괴롭혔다. 기자 역시 매일 같이 연락을 돌리고는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치 노사정이 입을 맞춘 듯이 같았다. "노사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으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던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최근 정부는 하반기 중점과제로 노동시장 개혁을 공언한 상태다.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강도 높은 노동시장 개혁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당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대타협 결렬 이후 지지부진 했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에서 노사정 관계 복원 등 지난 겨울 대타협을 위해 나아가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지난 6월 독자적인 개혁 추진계획을 밝힌 이후로 '1주일에 1번' 꼴로 임금피크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협상 파트너인 노동계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했다.
노동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사정위 판을 깨고 나간 이후 대화보다는 실력행사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 비판 성명을 내고,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정부와 노동계 관계자는 입을 모아 "상대방이 대화보다는 막무가내로 행동하니 어쩔 수 없다"고 자신들의 행동을 변호하기에 급급하다. 불과 몇 개월 사이 태도가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선에 대해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 불발로 새로운 생태계를 이른바 '초치기'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대타협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 겨울의 기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