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중국이 보여준 환대는 양국이 ‘한중관계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맞았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박대통령은 중국의 항일 전승행사에 참석한 30개국 정상 중 유일하게 시진핑 주석과 단독오찬을 했고 기념촬영 등 의전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두 정상이 함께 텐안먼 성루에 서 있는 모습은 한층 밀접해진 한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경제 측면에서 중국은, 그렇게 서로 웃으며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대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대외 교역의 25%를 차지, 일본과 미국의 교역액을 합한 것보다 더 비중이 커졌다. 한-중FTA가 본격화 되면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에 우리나라 증시가 요동을 친 것도 바로 중국의 경기에 민감한 우리 경제구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중국을 우리 기업의 잠식하는 ‘추격자’나 우리가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시장’으로 여겼다. 그래서 추격자 중국에는 경계심을, 소비시장 중국에는 기대감을 갖고 중국을 바라봤다.
그런데 최근 중국은 추격자나 소비시장이란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의 기술을 모방해 개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의 룰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웃 중국이 이노베이터 중국, 혁신가 중국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바이두의 리옌홍 등 중국의 최고 자산가는 대부분 IT기업의 대표들이다. 상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10억 달러의 자산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스타트업도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DJI 등 15개나 된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중국의 인재들 역시 창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유니콘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새로 탄생하는 스타트업만 하루에 1만개나 된다고 한다.
인공지능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바이오 등 최근 각광받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이나 연구소도 적지 않다. 척추수술용 로봇을 개발하고 위성을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가 하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세계 최고의 인재를 영입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처럼 혁신적인 시도나 성과를 내는 기업 또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의 자금이 중국에 몰려들고 있다. 이미 막대한 부를 거머쥔 1세대 스타트업 경영자들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까지 중국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는 것이다. 몇몇 분석가들은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능가하는 스타트업 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혁신을 이뤄내는 조직은 생태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냈고, 실리콘밸리의 그것과 경쟁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가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우리의 실리를 챙길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바로 옆에서 장사하는 가게가 잘 되는 것은 우리 가게에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전략 없이 무턱대고 같은 상품으로 승부하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차별화 또는 협력관계를 맺는 데 성공한다면 옆집에 오는 손님을 우리 집으로 맞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덩치를 불리고 있는 옆 가게 중국을 넋 놓고 바라보다 뒤늦게 후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한 첫 단계는 추격자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이노베이터로 변신하는 중국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의 생태계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