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방문에, 돌고래호에..총리실 '빈 자리'

세종=정혁수 기자
2015.09.08 03:25

시계 바늘을 1년반 전으로 돌려 보자.

2014년 1월 1일. 새 해 첫날 국무총리실 고위공무원 1급전원 사표 소식이 대부분의 신문·방송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 등 국무총리 산하 1급 고위직 공무원 10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었다.

'총리실 1급 공무원 10명 전원 사표, 관가 인사태풍' '총리실발(發) 인사태풍' '총리실 1급 사표…관가 물갈이 초긴장' '총리실 고위직 물갈이, 관가 덮치나' '새해 관가(官街)에 인사 태풍' '총리실 인사태풍…중앙부처·공공기관으로 확대' 등등.

'새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공무원 사회의 구태의연한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시 총리실 설명이었다. 총리실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 됐고, 타 부처는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오죽 했으면 물갈이 대상이 된 각 부처 1급들의 건배사가 '(현직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이대로~' 였을까. 하지만 공직사회 동요가 예상밖으로 커지면서 총리실 사표파동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정부가 나서 '물갈이'를 부인할 정도였다.

의도야 어쨌든 간에 총리실 1급 전원의 사표는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차하면 날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몸으로 체득한 공무원들은 국정과제를 챙기고, 성과를 내기위해 움직였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그랬다.

원래 '적자생존(適者生存)'은 사회적 생존경쟁의 원리를 함축시킨 사회·철학적 용어이지만 이 무렵 공직사회에서는 '윗 분 말씀을 잘 적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청와대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시 요즘 공직사회를 바라 본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국회 복귀가 화두다. '공천'만큼 정치인에게 중요한 게 있을까. 당연히 이들에게 국정과제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 달전 국무회의에서 '오직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 여기에 개인적인 행로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들에겐 '마이동풍'이나 진배없다.

인사에 관한 한 '늘공'(늘 공무원이라는 뜻으로 직업 공무원을 지칭하는 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치인이 떠난 자리는 이들에게 승진 기회가 된다. 관가에는 벌써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자리를 놓고 현직 C, J, J 등 고위 공무원들의 이니셜이 무게를 얻고 있다.

문제는 정작 필요한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 인사는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면 보통 1급-국장(고공단 나급)-부이사관-서기관-사무관 순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데 윗 자리가 결정되지 않다보니 하염없이 미루어 지는 꼴이다.

총리실을 봐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1급 인사가 몇 달째 지연되면서 '빈 자리'가 적지 않다. 당장 국정운영실장, 사회조정실장, 세종시지원단장이 공백이다. 모두 국정운영에 중요한 자리이고 업무 비중도 또한 크다. 어떤 이는 '이(齒)가 없으면 잇몸'이라지만 정부가 이래선 안된다.

황교안 총리가 순항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계속되고 있는 '총리 수난사(史)'를 끊을 만한 인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 2년간 법무부 장관으로 법무행정을 순탄하게 이끌어 왔다.

하지만, 총리로서 그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그를 보좌하는 스탭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수 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총리실 1급 공백이 커 보이는 이유다. 고위 공무원 인사안의 결재가 중국방문으로 연기되고, '돌고래호' 때문에 미루어 지는 인사여서는 안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데 고위직 공무원 인사는 하염없이 미루어지는 게 다반사다. 인사안이 만들어져도 청와대에서 수 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과연 이런게 효율성인가"

최근 만난 한 부처 고위 공무원의 '쓴 소리'가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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