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다지 쾌적하지 못하다. 최근에 신설된 몇몇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교시설은 학생들에게 집보다 훨씬 못한 공간인 경우가 많다.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더위나 추위에 시달려야 하고, 열악한 화장실로 인해 화장실 가는 것을 참는다거나 심지어 노후 시설에서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학생들에 대한 뉴스 보도도 심심치 않게 접해야 한다.
교육시설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시설개선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학교시설은 70~80년대 집중적으로 건축되어 3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이 산재해 있어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재난위험시설 현황을 보면, 70~80년대 건축된 학교시설물은 840동으로 전체 시설물의 24%이다. 2013년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8.5%의 학교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냉·난방시설의 내용연수를 초과한 경우도 35.3%에 달했다. 많은 학교시설이 건축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대규모의 체계적인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시설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예산 확보는 만만치 않다. 교육재정은 2011년 도입된 무상급식과 2012년 시작된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무상교육·보육 정책, 경기불황으로 인한 세수감소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은 해마다 수혜 대상을 늘려감에 따라 각각 2010년 1조123억원과 6343억원에서 2013년 2조3683억원과 2조6828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교육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필수적 경비라 할 수 있는 교직원 인건비(58.4%, 31조1344억원)와 학교 및 기관 운영비(8.4%, 4조4998억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교육사업비 중에서 무상급식과 누리과정과 같은 복지성 지출은 대상과 규모를 줄이기 어려운 비가역성 때문에, 복지사업을 늘리는 과정에서 시설사업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시설사업비는 학교신설비와 교육환경개선비(유지보수비)로 구분되는데, 학교신설비는 신도시 개발 등의 외생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므로 결국 교육환경개선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도교육청의 시설사업비 중 순수한 교육환경개선비는 2010년 1조4151억원에서 2013년 1조2568억원까지 줄어들었다.
교육부는 교육환경개선비를 교부하는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교육청이 투자 우선순위를 교육환경개선사업에 두도록 '강요'하고 있다. 즉, 교육환경개선비를 중장기 투자계획 상의 실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정산 규정을 신설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재원 규모 변화 없이 교육복지비가 늘어나는데도 교육환경개선비까지 우선 편성하는 마술을 부려야 할 상황이다. 일부 재원은 교육청이 재정 효율화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나, 전체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교육부의 대안이 기존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교육환경개선사업 수요를 감당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교육청의 재정압박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1990년대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별도로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를 두 차례(1990~1992, 1996~2000) 설치하여 총 6조1000억원 규모로 노후교실 개축, 책걸상교체, 화장실 개량 등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교육환경개선에 필요한 총 소요예산을 추정하고 별도 재원을 확보하여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