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핀테크를 위해 금융산업의 박지성이 필요하다

강임호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15.10.14 07:00
강임호 한양대 교수

영국프로축구의 명문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퍼거슨 경(卿)은 박지성을 평가하면서, "스스로 늘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보기 드문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 공간에서 스트라이커들이 골을 넣을 수 있다. 금융산업에서도 이런 공간을 창출해 주어야 핀테크가 성장할 수 있다.

핀테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금융벤처라고 할 수 있다. 벤처가 사업상의 모험을 의미하므로, 핀테크란 금융산업에서 모험성이 있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실패하더라도 크게 잃을 것이 없는 젊은이들이 주로 하게 된다. 핀테크의 성패는 결국 기존의 금융산업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사업공간을 얼마나 허용해 주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금융산업에서도 그런 공간을 창출해 주는 박지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의 핀테크 붐의 시작은 아니러니하게도 한류드라마와 대통령의 문제제기였다. ‘별에서 온 그대’를 본 중국의 소비자가 국내의 온라인 상점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려고 시도했지만 복잡한 지급방법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100%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당시 온라인지급은 정말 어려웠다. 온라인지급이 끝나 쇼핑이 성사되면 휴~하고 한숨을 쉬어야 했다.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은 온라인 지급이 신용카드사 위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용카드사는 온라인지급의 성공률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고 사기를 당하지 않을 확률에 더 관심이 많다. 소비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금융산업이 안전성과 안정성을 위해 튼튼한 장벽으로 둘러싸여 빈공간이 없었다.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이제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눈부신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한 간편지급서비스가 나타났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대체로 온라인지급대행업체(Payment Gateway)로 신용카드사가 아니다. 이 업체들은 기존의 규제로 인하여 간편지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발빠른 금융규제완화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저자는 이를 보고 규제완화의 위력을 실감하였다.

이제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가 예정되어 있다. 혹자는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이 무슨 관계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저자는 핀테크가 성공하려면 젊은이들이 금융벤처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은행을 인가해 주어 은행업에서도 젊은이들이 벤처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만 핀테크의 정신과 문화가 꽃 필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우수한 핀테크업체 모임인 핀테크 얼라이언스가 은행을 룩셈부르크에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5월 대통령의 문제제기 이후에 확산되어온 핀테크 붐을 지켜보면서, 이 소식에 저자는 가슴이 아팠다. 핀테크를 하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영업기반이 없는 낯선 외국에 은행을 세우고 영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젊음의 패기가 부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국내의 은행 또는 전자금융 관련규제가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해 주는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최근 금융위는 핀테크의 진작을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상의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안이 여러 국회의원들의 발의로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데 이를 신속히 통과시켜 주어 핀테크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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