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터넷광고 관련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조카가 3년 먼저 사회생활을 경험한 자신의 사촌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언니, 어제는 황당한 일이 하나 있었어. 팀장이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더니 들어와서 1시간 동안 자기 이야기만 하고는 회의가 끝났다며 나가버리는 거야.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래도 그건 그나마 봐줄 만해. 아무 의견이 없으면 없다고 뭐라 하지, 의견발표하래서 발표하면 그것도 의견이냐고 핀잔만 주지, 도대체 어떻게 처신해야 될지 몰라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나에게 직접 의견을 구한 것도 아니고 둘이서 사회생활에 대한 가십거리를 안주 삼아 수다를 떠는 재미를 깨고 싶지도 않아 그냥 듣고 있긴 했지만 사회생활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에게 선배들이 그것도 조직의 장이라는 팀장이 어떻게 이런 자격미달의 행동을 할 수가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수 년 전 이맘때쯤 진행한 회의문화와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가 생각났다.
관리자 이상 직급 36명, 일반직원 252명 등 총 2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현 회의문화에 대한 만족도 질문에 ‘만족’(관리자 35%, 비관리자 25%) ‘불만족’(관리자 48%, 비관리자 63%) ‘보통’(관리자 17%, 비관리자 12%) 순으로 결과가 집계됐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은 관리자들 자신도 회의문화에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관리자, 일반직원 모두 회의문화에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이유에선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었다. 관리자의 불만요인 첫 번째는 회의에 몰입하지 않는 팀원들의 자세에 있었다. 관리자들은 불만요인에 대해 ‘참여자세’(52%) ‘진행방식’(25%) ‘회의시간’(15%) 기타(8%)의 순으로 답한 반면 일반직원들은 ‘팀장의 일방적인 회의진행’(48%)이 가장 큰 불만이라고 답했고 다음으로는 ‘명확하지 않은 회의시간’(35%)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회의를 주관하는 관리자와 참여하는 일반직원 사이에 얼마나 큰 인식차가 존재하는지 확연히 보여주는 자료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팀장들은 몰입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팀원들을 탓한다.
반면 팀원들은 회의시간 내내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팀장을 탓한다. 회의내용에 대한 납득성은 두 번째 문제다. 의견을 구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회의방식은 원웨이(One-Way)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원인제공자인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유능한 강사는 참석한 청중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내용을 수정하거나 시간을 조절한다. 마찬가지로 유능한 리더는 회의를 주관하는 내내 참여자들의 눈동자를 관찰한다. 누가 딴 생각을 하는지 등을 재빨리 파악해 어떻게든 회의에 참여하게끔 유도한다. 회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참여한 멤버들이라는 사실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의 납득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시간 죽이기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다. 오늘도 회의를 주관하고 있을 수많은 리더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