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가이자 문명 비평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바다는 인류의 영원한 기업”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식량, 에너지, 자원, 환경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할 프런티어가 바로 바다이기 때문이다. 오랜 해양개척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탐사한 바다는 전체의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만큼 큰 가능성의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세계의 선진국들은 해양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소리 없는 해양개발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경쟁의 전선은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해양자원 개발을 위해서 '연구'와 '탐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인 선박의 건조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000톤급 연구선박 1척만 해도 1000억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은 연구·탐사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는 투자를 훨씬 뛰어넘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해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은 4000톤급 이상 해양과학조사선을 각각 4척씩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5만7000톤에 이르는 선박도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4척의 해양조사선 모두 2000톤급 이하여서 증가하는 조사 수요를 대응하기에도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대양 연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우리도 지난달에 5900톤급 대형해양과학조사선을 진수하였다. 1500년전 울릉도를 우리 역사에 편입시킨 신라장군의 진취적인 기상을 이어받아 해양강국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배 이름을 ‘이사부’호로 명명하였다.
내년 2월에 취항하게 될 이사부호는 첨단 해양조사는 물론 태평양과 인도양까지 진출해서 해양자원개발 지원 및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바다의 금맥’이라고 하는 해저열수광상과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도 든든히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사부호를 활용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여 개도국과의 해양개발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우리의 자랑인 ‘아라온호’에 이어 제2쇄빙연구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09년 건조된 7000톤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이미 연간 운항일수가 300일이 넘을 정도로 수요 포화상태에 이르러 추가적인 연구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자격을 얻어 북극항로 운항과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남극대륙에 제2남극과학기지인 장보고기지를 준공하여 남극연구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제2쇄빙연구선 확보가 불가피하다.
이미 러시아는 14척의 쇄빙연구선을 운용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도 5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북극에 접해 있지 않은 독일, 영국, 중국 등도 추가적인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있다.
우리도 극지연구에서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기존 아라온호보다 2배의 쇄빙능력과 강화된 시추능력을 보유한 1만2000톤급 제2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게 되면 설계와 건조를 거쳐 2022년부터는 극지를 누비며 해양경제영토 확장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해양연구선은 미래를 위한 값진 투자이며 본격화될 해양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다. 해양에서 더 큰 미래를 열기 위해 대양과 극지로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 해양연구선에 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