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대세와 함께 뜬 단어 하나가 ‘1인 콘텐츠 시대’다. “진짜 그래?” 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실제를 파악할 수 있었던 자리는 지난 연말에 본지가 기획한 ‘장르문학’ 전문가 좌담회였다. 웹 콘텐츠 전문가들은 한 달에 월 10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장르문학 작가, 즉 웹 소설가들이 최소 1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글을 연재하면서 연봉 1억원을 버는 프리랜서가 한둘이 아니라니. “문단에서 월 1000만원의 원고료나 인세를 받는 작가들이 몇이나 될까?”라는 질문이 연달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장 전망도 밝다. KT경영경제연구소는 2015년 웹툰 시장을 4200억여원으로 추정했고, 2018년경 90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14년 기준 웹툰 이용자는 9000만여명으로 집계했다. (포털 중복 이용자) 자그마치 1억명에 육박하는 이용자가 웹툰을 보는 시대다. 웹툰만 이럴진대 막 형성되고 있는 웹 소설 및 동영상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웹 콘텐츠 시장은 이미 수천억 원의 시장을 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보급이 일등공신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4000만 명을 넘는다. 이동 중에도 즐길 수 있는 ‘10분짜리 콘텐츠’가 뜰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된 셈이다.
이런 흐름은 정부도 알아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 게임, 웹툰 등 차세대 유망 콘텐츠를 집중해서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해외 신시장 선점’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웹 콘텐츠 시장을 ‘차세대 첨단 콘텐츠이자 타 콘텐츠의 원천’으로 정의하고, 시장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 플래시애니메이션 및 가상현실 등 융합형 웹툰과 영화·게임·캐릭터 등 만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원소스멀티유즈(OSMU) 콘텐츠 제작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실제 투자를 보니 ‘간 보기’ 수준이다. 융합형 웹툰이나 OSMU에 편성한 예산은 겨우 5억 원, 10억 원이다.
세계적으로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등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음은 모두가 인정한다. 웹 드라마, 웹 브로드캐스팅 등 동영상 맞춤 장르 서비스는 내수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움직임은 더 공격적이고, 과감해도 될 법한데 내건 구호만 요란하다.
여기서 퀴즈 하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은 몇 부쯤 될까. 6억부 정도로 추산된다. 주인공은 ‘슈퍼맨’이다. 만화책만 그렇지, 영화화된 슈퍼맨, 웹툰으로 만들어진 슈퍼맨, 망토와 로봇으로 팔린 2, 3차 슈퍼맨 유관 콘텐츠 시장까지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만화’에 삐딱하다. 웹툰이나 웹 소설도 비슷하게 취급받는다. 게임은 어떤가. 시장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섰고, 해외 수출의 대표 산업인 것은 물론 ‘종합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폐해만 부각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보다 속도가 1000배 빠른 5세대(G) 서비스가 눈앞이다. 5G에서는 3D 동영상 시청까지 가능하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모바일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이를 이용할 콘텐츠가 없다면 미래 사업 주도나 해외시장 선점은 공염불이다. ‘1인 미디어’ 등 동영상 콘텐츠 제작지원은커녕 게임과 웹툰 지원에 인색한 정부 정책을 재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득 잘 구축한 인프라를 이용해 국내 진출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국내 이용자를 상상해보니 해외시장 선점은커녕 안방조차 내줄 판이라는 우려마저 든다. 10분짜리 웹콘텐츠, 움직이는 콘텐츠를 절대 하찮게 볼 일이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