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의 창] 이세돌-알파고 대국서 봐야 할 것

장윤옥 기자
2016.03.01 04:30
장윤옥 기획취재부 부국장

오는 9일 서울에선 오랫동안 역사에 남을 큰 이벤트가 열린다.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100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대결을 벌이는 것. 2014년 구글이 인수한 인공지능 기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이미 유럽 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대결에서 5연승을 거뒀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 관심을 끄는 이벤트다. 인공지능은 이미 체스에서 사람을 꺾었고 ‘제퍼디!’란 퀴즈쇼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둑은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이길 수 없는 분야로 여겼다.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을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분석력, 직관력까지 요구되는 게임이 바로 바둑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이 바둑에 도전장을 내민 것 자체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인공지능이 바둑까지 이긴다면 더이상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분야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이번 승부가 이세돌 9단의 완승으로 끝나면 안심해도 되는 걸까. 당장은 사람이 이길지 몰라도 언젠가는 인공지능 바둑의 신이 탄생하는 날이 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바둑의 신이 탄생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바둑의 신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고 얼마나 많은 일을 대체하게 될지, 우리는 이와 관련한 준비나 대응방안을 얼마나 잘 마련하는지 하는 것이다.

승부를 떠나 알파고의 계획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둑이란 게임은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지만 바둑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에 주목, 인공지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려는 게 알파고의 계획인 것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지금의 반도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기술이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인공지능이 각 분야의 기반 기술이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를 잃거나 업무에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적절한 교육도 제공해야 한다. 또 의미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직 초보수준인 인공지능기술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에서는 자동차의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한편으로는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꾸는 노련한 운전능력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결과적으로 이전에는 생각지 못한 수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재산을 잃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흔히 러다이트라고 말하는 ‘기계에 대한 분노’는 당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 저항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필요한 일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읽고 빨리 적응하며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었다는 걸, 지금 우리는 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의 보편화란 새로운 변화에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인공지능기술이 앞으로 더 빨리 발전하고 더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나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물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은 이미 역사적으로 여러 번 증명됐다. 이번 세기의 대결이 인공지능이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 또 어떻게 이 기술의 수준을 축적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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