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보험왕·稅테크 '달콤한 함정'

채원배 부장
2016.03.08 04:00

'44억원 가로챈 보험왕 구속', '세액공제 한도 확대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44% 증가'. 7일 눈길을 끈 보험 관련 뉴스다. 두 기사는 얼핏 보면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저금리 시대에 노후를 불안해 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3년만에 원금의 2배를 주겠다'는 보험왕의 사기에 아직도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세액공제를 더 받으면서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월급쟁이들의 절박함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데 있어 분명 괜찮은 상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을 저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세액 공제 헤택까지 부각되면서 보험과 개인연금을 많이 들어야만 재테크를 잘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적잖다.

"내일 당장 어떤 위험이 생길 지 모르는데, 은퇴후 필요한 자금의 절반도 준비 안 돼 있는데, 이래도 보험에 가입 안 하실건가요."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이 해 왔던 광고 내용이고, 지금도 보험설계사들이 고객들을 만날 때 하는 말이다. 광고업계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다. 공포 마케팅의 대표적이었던 게 종신보험이다. 외환위기 이후 종신 보험을 들지 않는 가장은 가족을 안 챙기는 사람으로 비춰지게끔 보험사들은 앞다퉈 광고했다.

종신보험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자 최근 보험사들은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객이 보험료 납입기간중 계약을 해지할 경우 지급되는 해지환급금을 줄인 대신 보험료를 낮춘 것이다. 일부 보험사는 '착한 종신보험'이라는 상품까지 내놓았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의 종신보험이 소비자에게 별 혜택이 없는,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나쁜 보험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기자도 종신보험을 가입한지 14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해지환급금이 원금을 밑돈다. 보험을 계약할 때는 10년만 지나면 환급금이 원금 이상이 될 것이라는 말을 분명 들었는데 말이다. 이 때문인지 종신보험의 10년 유지율은 50%도 되지 않는다.

노후 대비와 세테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연금도 그렇다. 세액공제 상품인 연금저축보험의 총유지율은 45%에 불과하다. 10명 중 5~6명은 연금을 받기 전에 해지하는 것이다. 개인연금은 해지할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원금의 22% 를 기타소득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 개인연금은 원금의 7% 이상이 사업비 등으로 빠지고,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 소득 금액에 따라 최저 13.2%에서 최고 16.5%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대표적인 세테크 상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소득이 있을 때 내야 될 세금을 퇴직 후에 내도록 과세 이연하는 것이다. 연금소득세가 3.3%~5.5%로 낮다고 하더라도 보험사 사업비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개인연금보험의 혜택이 크다고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보험은 해약하면 손해'라는 인식 때문에 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적잖다.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에 대비한 보험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보험 유지율이 50%를 밑돈다'는 통계는 두명 중 한명은 보험 때문에 속앓이를 하거나 원금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오늘 당장 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까지, 대출이자를 내면서까지 무리하게 보험을 가입하고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보험사도 '보험왕 선발 제도'를 이대로 유지할 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다. 일부 설계사들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보험왕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치 실적 위주의 보험왕 제도가 보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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