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정문에서 청와대까지 지원자를 줄을 세워도 될 정도다”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새로 뽑을 때마다 관가와 학계 안팎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4명의 금통위원이 오는 4월20일 동시에 임기가 만료되면서 이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은도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추천 기관에 공문을 보내며 신임 금통위원 임명 절차에 들어갔다.
금통위원은 각 기관의 추천을 받지만 최종 낙점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한다. ‘청와대에 줄을 선다’는 비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억7000만원이 넘는 고액연봉, 차관급 대우와 고급차, ‘7인의 현자(賢者)’라는 명예로운 별칭이 붙는 금통위원은 그야말로 ‘좋은 자리’다. 그러나 금통위원을 ‘좋은 자리’의 하나로 인식하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기 악화라는 흐름 속에서 저성장, 가계부채, 금융시장 불안 등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못지 않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금통위원에겐 국내 통화정책 결정 과정의 구성원으로서 경제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짚어 내고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탐구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연 12회였던 금통위의 금리결정 횟수도 8회로 줄어든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수준에서 접근하면 자칫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동안 한은에는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달리 진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왔다.
금통위의 의사소통 통로가 총재로 일원화 된 것도 이유지만, 금통위원들이 ‘좋은 자리’만 지켰을 뿐 본인의 견해를 밝히는데 소극적이었던 영향이 컸던 탓이다.
금통위원은 자신의 경제관을 소신 있게 피력하고 본인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줄 잘 서는 이들보다 식견과 역량을 갖춘 이들로 금통위가 꾸려지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