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4.13 총선의 주택공약

조명래 기자
2016.04.05 06:03

선거공약치고 국민 생활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공약 중에서 주택 관련 공약이 특히 그러하다. 4·13 총선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내건 주택공약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다. 이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이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여와 야가 같이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근 주거불안은 특히 저소득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치솟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른바 ‘렌트푸어’ 문제가 심각한 사회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주요 정당들은 ‘하우스 푸어’ 문제해결을 공통의 공약으로 내놨지만 이번엔 렌트푸어 공약을 내놓은 셈이다.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는 현재 주택시장 구조에선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인데 최근 렌트푸어 문제는 청년세대에 집중된다는 데 새로움이 있다. 렌트푸어 대책을 공통의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청년세대의 주택문제가 심각하다는 정책적 판단만 아니라 선거결과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선거공학적 판단도 함께 작용한 결과다.

상황인식은 비슷하지만 처방으로 내놓은 공약은 여야 간에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새로운 주거안정 대책보다 정부가 그간 추진한 행복주택 및 뉴스테이를 확대 운용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주택공약은 10대 정책의 6순위에 있지만 세부 사업은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1~2인가구 전용 임대주택 매년 600가구 공급 △신혼부부행복주택 특화단지 10개 조성 △대학생 주거비 완화를 위한 대학연합기숙사 매년 2개소 건립 등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0대 정책 중 8순위로 주택공약을 제시하고 핵심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10조원의 국민연금을 투여해 85만가구를 확충해 임대주택 재고량을 현재의 5.2%에서 13.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국민연금을 활용해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린 10대 공약에는 주택관련 공약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밖의 소수 정당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전·월세 상한제 실시, 표준임대료 도입 등을 공통의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여야간 주택정책 공약은 전·월세 문제 해결에 관한 기존 입장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월세 문제 해결은 공공임대주택의 획기적 확충과 전·월세 가격 관리와 같은 임대차 관계 안정화 두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2013~2017년 5년간 총 50만1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해 장기공공임대 비중을 6.7%로 높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임대등록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과 같은 세입자 주거권 보호를 위한 제도 도입에 새누리당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다. 야당, 특히 더민주가 국민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자원 확보와 앞으로 10년간 공공임대주택을 13%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 등의 도입은 오래 동안 주장해왔던 터여서 그런지 선관위 홈피에 올린 주택공약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야당들은 전·월세 세입자들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대안을 내놓지만 집권당이 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국민연금의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적잖은 반대와 비판을 직면하고 있다.

렌트푸어에 관한 정당간 기존 입장 차이가 4·13 총선 공약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총선의 주택공약은 적실성 문제와 실현가능성 문제를 공히 제기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주택공약은 재탕 수준이면서 동시에 전반적으로 소극적이고 빈약한 반면 야당들의 공약은 하나같이 단기적 실현 가능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차이는 정당 간 이념적 입장 차이나 지지기반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번 선거가 여느 선거처럼 올바른 정책선거가 되지 못 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과연 어떠한 공약을 내건 정당을 선택해야 할까. 20대 국회는 19대가 하지 못한 전·월세난을 해결할 만한 획기적 제도방안을 과연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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