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와 '카드깡'의 합법화

김진형 기자
2016.04.05 14:42

[우리가 보는 세상]발상의 전환이 무너뜨린 '불법 거래'와 '좋은 서비스'의 경계

#지난달 15일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으로 '외화이체업'이 허용됐다. 은행을 통해서만 외화를 이체할 수 있던 시대에서 핀테크업체를 통한 이체가 가능해졌다. 카카오톡으로도 외화를 송금할 수 있게 됐다. 수수료는 은행을 통할 때보다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에는 금융감독원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서 현금까지 찾을 수 있는 '캐쉬백'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1만원 어치 물건을 사면서 '현금 2만원도 주세요'라고 하면 3만원을 결제하고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한밤 중에 자동화기기에서 몇만원 인출하자고 높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화이체업'과 '캐쉬백'은 기존에 불법으로 취급된 거래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화이체업은 소위 '환치기', 캐쉬백은 일종의 '카드깡'이다. (두 서비스 모두 금감원에서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팀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거액의 외화를 신고없이 해외로 가져가야 할 경우 주로 사용된다. 마카오 등에서 거액의 불법 도박을 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게 환치기다.

외화이체업은 환치기와 유사하다. A국에서 B국으로 보내야 할 돈과 B국에서 A국으로 보내야 할 돈을 모아서 상계한 뒤 부족한 금액만 한꺼번에 송금하고 나머지 금액은 송금없이 A 또는 B국에서 바로 인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카드깡은 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결제한 뒤 실제는 현금을 받는 일종의 불법 대출이다. 캐쉬백도 '현금을 카드로 살 수 있는 구매의 대상'으로 봤다는 점에서 카드깡과 유사한 개념이다.

외화이체업과 카드깡 모두 '음지의 서비스'가 합법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전환됐다. 미국으로 5000달러 보내는데 2만원의 수수료를 낸 적이 있거나 편의점에서 1400원씩 수수료를 떼고 현금 찾아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외화이체업을 하려는 핀테크기업은 1개의 은행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캐쉬백도 해외에선 신용카드로도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현금카드만 적용된다. 처음 도입하다 보니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한(또는 몸을 사린) 결과다.

그럼에도 과거보단 편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또 어떤 '불법 거래'가 기술의 발달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좋은 서비스'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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