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지금까지는 변죽만 울리고 변한 건 없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최근 미래에셋대우(전 KDB대우증권) 출범을 놓고 한 말이다.
기대만큼은 아니라고도 하지만 요즘 봄바람이 휘날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다시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여의도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만든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승부사로 불리는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통합을 통해 미래에셋대우를 3년 안에 자기자본이 10조원(현재 7조원대) 넘는 초대형 IB(투자은행)로 탈바꿈 시키겠다며 대형 증권사들의 합종연횡 바람에 불을 붙였다.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는 자동차 산업을 빗대 "왜 이노베이션(혁신)이 아니라 디스럽션(파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세계최대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어음할인회사로 출발해 세계적인 회사가 된 건 30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도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말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예상과 달리 최고가인 2조4000억원을 베팅해 2조500억원을 베팅한 KB금융지주를 여유롭게 따돌린 것도 결정적일 때 승부수를 던져 목표를 달성하는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서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12년 전에도 여의도 증권가엔 대형화 바람이 불었다. 당시 대형화 바람에 불을 지핀 주역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검투사로 불렸던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현 금융투자협회장)이다.
2004년 황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지주의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이듬해 동원증권의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 인수 등 대형화 바람이 이어졌다. 당시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한 황 회장이 열의에 찬 눈으로 "지주사를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IB로 성장시키겠다"고 한 말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하지만 황 회장의 꿈은 2007년 그의 퇴임으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다. 마치 검투사가 경기장에서 제대로 대결을 벌이기도 전에 내려온 것처럼.
이후 지난 10여년간 은행은 물론 증권 대형화는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속 시원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대형화를 뒷받침 할 조직이나 전문인력이 부족 한데다 최고 경영자의 대형화 의지도 퇴색되면서 합병 경쟁력을 끌어올 리는 데 실패해서다. 초대형(메가) 금융사에 대한 회의론이 되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만큼 초대형 금융사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최근 국내외에서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은 “그 어려운 걸 해내지 말입니다"라는 대사를 남겼다. 증권업계에서 승부사와 검투사의 그 어려운 초대형IB의 꿈이 실현될 지 지켜보는 것도 대형화 바람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