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방부는 줄어든 군복무 대상자를 충원하기 위해 이공계 병영특례제도 중 하나인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제도에 의거하여 지금까지 이공계 전공자 중에서 정해진 전문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병무청장이 지정한 업체에서 일정 기간 근무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었다. 이 발표가 있자 관련 학생들과 주요 대학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그들의 핵심 논지는 이 제도가 이공계 지원자의 확충과 그들의 연구경력에 도움이 되고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는 데도 일조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지당한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논리이다. 우리에게 국가의 방위는 모두가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그래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군복무는 거의 전적으로 공적인 일이다. 특히 징병제에 따른 군복무는 개인적 선호에 따른 일도 아니거니와 이러한 일이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군복무를 피하면서 개인의 사적인 이득이나 선호를 좀 더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그러한 대안을 통해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한다. 전문연구요원제도 역시 이러한 대안이 아니라고 결코 단언할 수 없다.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제도 이외에도 병무청은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운동선수에게 4주간의 기초훈련과 34개월 간 해당 분야의 지도자나 선수로 봉사할 수 있는 공익근무요원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우리 사회는 제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1992년부터 산업체 병역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 이러한 병역특례제도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들 특히 이 사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특권층이 많은 비리를 저질러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이러한 제도가 군복무보다는 개인적으로 더 유리하고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를 보면 군복무의 면제나 대체는 특정 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낸 사람에게 주는 보상이다. 일례로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애쓰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 국가가 병역면제를 매우 강력한 보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높은 지위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암암리에 이 제도를 악용하여 회피하기 위한 대상이 바로 군복무이다. 그래서 결국 군복무는 이 사회에서 열등하고 다른 회피수단이 없는 사람들만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로 이 제도가 이공계 지원자들의 확충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정말 그렇다면 군복무라는 공적인 의무를 덜하기 위해 이공계를 지원하는 사람이 과연 우리 사회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까? 개인적 이득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우리 사회가 인재로 키워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 또한 이 제도가 이공계 인재의 연구경력 단절을 방지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군복무를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경력단절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게다가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나가는 본질적 원인은 연구와 일할 수 있는 우리의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군복무 혜택 받았다고 해서 나갈 사람이 안 나가는 것은 아니다.
이 사회에서 혜택 받고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이 뒤로는 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군대에 온 사람들 앞에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위선인가? 이런 사회에서는 군복무를 피하는 것만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사적인 이득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사회는 끝내 멸망한다는 사실을 많은 역사적 사례들이 입증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라는 큰 울타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일이 되기 위해서는 이 사회에서 가장 능력 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솔선해서 군복무를 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에게 주는 보상으로 군복무를 사용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